‘Mr. LG’ 이병규, “LG 우승, 주니치 때보다 훨씬 기쁠 것”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2.17 06: 15

“주니치에서 우승할 때 물론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좋은 것을 왜 LG에서 못했을까. ‘LG에서 우리 애들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LG에서 우승하면 훨씬 기쁠 것이다.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될 것 같다.” 
이병규(39)는 LG 트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32년 LG 프랜차이즈 타율(3할1푼2리)‧홈런(153개)‧타점(864)‧득점(927) 부문 정상에는 이병규가 자리하고 있다. 이병규는 공수주 모두에 능한 만능 플레이어로서 LG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이자 LG의 상징이다.   
그만큼 이병규도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누볐고 어느덧 프로 17년차를 맞이했다. 올해 입단한 LG 신인 심재윤(19)은 배트를 잡았을 때부터 롤모델이었던 이병규와 같은 팀이 된 행운을 잡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어 참 긴 시간이 흘렀다.

현재 이병규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2013시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도 변치 않는 활약을 위해 세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병규는 15일 1997년 LG에 입단했을 때를 추억하는 한편, 아직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이병규는 프로야구 입성과 동시에 리그를 제패했다. 1997년 LG에 1차 지명된 이병규는 첫 해부터 타율 3할5리 151안타 23도루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병규는 2년차부터 더 무섭게 질주했다. 1998년에는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정,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9시즌에는 타율 3할4푼9리 30홈런 31도루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한국 최고 외야수 반열에 올랐다. 언뜻 보기에는 전형적인 야구 천재의 행보다. 하지만 이병규 역시 프로 입단 첫 해에는 다른 신인들과 똑같은 입장이었다.
“LG에 입단할 때 내가 이 팀의 기록을 세운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처음 LG에 오니 김용수 이상훈 노찬엽 같은 스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다. 당시 나는 그저 ‘여기서 야구를 해서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첫 해부터 경기에 나간다고 예상도 안 했다. 신인이 어떻게 쟁쟁한 스타 선배님들을 제치고 나갈 수 있나. 그래도 1997년 신인 중 내가 첫 번째로 지명 받았기 때문에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 창피하지 말자’하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1차 지명자 몫을 해내야 한다는 자존심이 입단 첫 해 풀타임 출장으로 이어졌다. 이병규는 1년차부터 LG의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고 지금까지도 LG 외야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후배, 혹은 외국인 선수와 경쟁했고 최근에는 가장 큰 벽인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뒤처질 수 없다는 경쟁심이 이병규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
“운이 좋게도 당시 천보성 감독님께서 첫 해부터 중견수로 나가게 해 주셨다.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나니까 매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다 노력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매년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고 도전을 받는다. 언제나 경쟁인 것이다. 항상 경쟁에서 처지지 않고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명심하며 연습과 경기에 임한다. 신인 때부터 변하지 않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기록으로 나타난 거 같다.”
 
하지만 이병규의 꾸준한 활약과 별개로 LG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병규 입단 후 LG는 2002년까지 한국시리즈 무대를 3번 밟았지만, 2003년부터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병규의 생애 첫 우승 경험은 LG가 아닌 2007년 FA자격을 얻고 일본 도전에 나섰던 주니치 드래건즈였다.  
“우승이란 것을 처음해서 기뻤다. 그냥 마냥 기뻤던 것 같다. 우승하니 파티도 하고 우승 여행도 가고 보너스도 나왔다. 우승이 이렇게 대단한 것임을 느껴봤다. 재팬시리즈 우승에 이어 아시아시리즈인 코나미컵도 정상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SK와 결승전에서 붙었는데 내가 친 홈런으로 코나미컵도 들어올렸다.”
아시아 최고가 됐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쁨 속에서도 이병규의 가슴 한 편에는 LG가 자리하고 있었다. 재팬시리즈 우승은 물론, 코나미컵 우승 당시에도 ‘LG 우승’이라는 네 글자가 떠올랐다. 2007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이병규는 LG에서 우승하는 게 그 어느 곳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우승했다는 것은 기쁘고 좋았는데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선수들과 이룬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것을 ‘LG가 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당시 코나미컵에 SK가 왔는데 LG가 왔으면 정말 기쁘고 좋았을 텐데 싶더라. 언젠가 LG에서 다시 우승하면 주니치 때보다 훨씬 기쁠 것 같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우승하면 말 타고 돈다고 한 적이 있다. 우승하면 진짜로 말 타고 외야 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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