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 먹는 연기로 큰 화제를 모은 요즘이다. 얼마나 화제가 됐냐면, 앞으로 이제 부담스러워서 먹는 장면을 어떻게 연기하냐는 팬들의 걱정이 있을 정도. 먹는 연기도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 하정우는 단순히 먹는 연기를 잘 해서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하정우는 먹는 연기도 잘 하기 때문이다. 하정우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은 남다르다.
- 강하지 않은 표정, 그러나..
하정우는 표정이나 대사가 특별히 강하지 않은데도 보는 이를 강하게 몰입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받는 배우다. 실제로 어떤 장르와 캐릭터에서서든 표정의 변화가 강하지 않은데도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느낌, 그 성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등 때로는 살벌한 살인마로, 때로는 남자냄새 진동하는 캐릭터에서도 일부러 강한 톤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님에도 강렬한 이미지와 카리스마가 풍겨져나온다. 적어도 하정우를 보며 한 번도 '오버스럽다'는 감정을 느낀 관객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영화사에 새로 쓴 살인마 연기
지금까지 나온 한국 영화들에서 가장 인상깊은 살인마 악역을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하정우와 최민식을 꼽을 것이다. 특히 살인마 캐릭터는 '추격자' 하정우의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회자되는 연기다.
살인마 같은 큰 악역은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웬만하면 한 번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만큼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정우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와 캐릭터를 겁 없이 선택하며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무표정함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소름과 전율을 안긴 악역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의 오른팔 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성균은 영화 '이웃사람'에서 살인마 역을 맡으며 하정우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그는 "정우 형이 절대 너를 살인범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해칠 때도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지 마라. 일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라. 사과 나무의 사과를 따듯이,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라고 하시더라. 형은 접근법이 기발하다. 천재적인 것 같다"라고 전한 바 있다.
- 하정우표 액션연기를 만들다
영화 '베를린'을 통해서는 한국 액션영화의 새 장을 열고, 하정우는 당당히 '액션 배우'란 수식어를 하나 더 챙기게 됐다. 할리우드 본 캐릭터와 비견될 만큼 절도 있고 남성적 매력의 액션은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것이었고, 그 만큼 이 영화가 액션 영화에 끼칠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격투 액션에 처음 도전한 하정우는 "액션영화들은 많지만, 최대한 차별화된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표종성(하정우 분)의 액션은 때리는 것보다는 '맞는 액션'에 주력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화줄로 맞아 아픈 장면, 바위돌에 떨어지는 고통 등을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통해 '본' 시리즈나 '아저씨'보다 더 사실적인 액션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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