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a genius!'. 영화 속에서 성룡(Jackie Chan)이 분한 JC를 두고 사람들이 이런 말을 종종 하는데, 이는 성룡이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찬사와 다름없다. 앤딩 크래딧에 등장하는 '나 재키 찬은 내가 자랑스럽다'란 말처럼 성룡은 자신의 액션에 자부심이 있다. 이런 자부심은 세월을 관통한다. 굳이 액션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설명을 곁들이지 않더라고, 그의작품만 보면 성룡은 액션 연기에 천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룡표 액션은 하나의 명품처럼 시간이 지나도 영화계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15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에서 베일을 벗은 '차이니즈 조디악'은 나이가 들어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성롱표 액션을 어드벤처 장르 속에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다. 역시 성룡이 제작, 감독, 주연을 맡았으며 총 제작비 1천억원을 들였고, 제작기간만 7년이 걸린 대작이다. 성룡 외에도 한류스타 권상우가 JC의 액션 파트너 사이먼으로 등장하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유승준이 코믹한 해적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영화는 국보급 보물을 도난 당한 지 150여년이 흐른 현재, 전세계 경매장에서 고액으로 거래되는 12개의 청동상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모험가이자 보물 사냥꾼 JC(성룡)와 그의 파트너들이 고용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렸다. 이들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12지신의 청동상 중 나머지 6개의 청동상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무대로 모험을 시작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성룡의 변화는 크지 않다. 얼굴에 탄력이 없어지고 살이 좀 붙었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의 격정적인 변화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녹슬지 않은 가벼운 움직임은 여전하다. 성룡표 액션의 특징은 멋있다기보다는 '깨알 재미'라는 것인데, 한정된 공간에서건 펼쳐진 장소에서건 주변 사물과 지형을 적극 활용해 액션에 드라마를 준다. 이런 성룡표 액션이 어드벤처물과 만났으니, 더욱 현란해 진 것은 당연지사. 고 저택, 사진 스튜디오, 정글, 활화산 분화구, 미로 정원 등 다채로운 장소에서 현장의 모든 도구를 이용해 펼치는 리얼 액션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를 궁금케 한다.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고속으로 달리는 버스에 맨 몸으로 매달렸고, '취권'에서는 술로 알코올을 섭취해야만 본 실력을 선보이는 기발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홀린 그가 이번 '차이니즈 조디악'에서는 쇼파에 앉아 맨몸으로 단숨에 상대를 제압하고, 어떤 순간에서는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특히 속도감으로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드는 버기 롤링은 전세계적으로도 탈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안될 정도로 위험하고 짜릿한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하는데, 성룡은 금속 바퀴가 달린 롤러 슈트를 입고 벽을 가로지르고 차 밑을 통과하며 가파른 산길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높은 벽을 밟고 뛰고 오르내리는 것 쯤은 그의 액션에서 '걷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성룡 영화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촬영장 비하인드 메이킹 필름이 어김없이 등장해 반가움을 전한다.
와이어도 대역도 컴퓨터 그래픽도 거부하는 맨몸 스턴트 액션은 날 것의 짜릿함을 주지만, 동시에 한 순간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은 꽉 짜여진 액션의 맛이 살아있다. 특히 2달의 제작기간과 1천만불 제작비가 투입된 바누아투 야수르 활화산 액션신을 스턴트 없이 직접 선보였다는 것은 알고 보면 경외감마저 느낄 것이다. 단 한번도 제 2의 이소룡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는 본인의 말처럼 슈트입은 제임스 본드가 여전히 멋있고, 21세기 본이 날뛰고, 전설 이소룡이 그리워도 성룡은 성룡이다. 12세 관람가.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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