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내나는 현지 훈련을 펼치고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또 부상 선수가 발생했습니다. 대만에서 열리는 본선 1라운드에 출전한 대표팀은 2월 15일 대만 도류시 도류구장에서 이대호(일본 오릭스)와 최정(SK)이 부상을 당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현지에 취재 간 OSEN의 이대호 기자에 따르면 거포 이대호는 이날 오전 베이스러닝 훈련 중 3루를 밟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고 주전 3루수 최정은 상황별 수비훈련에서 유지현 코치가 친 펑고 타구를 숏바운드로 처리하려다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왼쪽 눈두덩이에 맞아 약 1cm 가량 찢어졌습니다.
이대호는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오전 훈련을 중단하고 트레이너의 치료를 받았으며 최정은 쉬면서 치료 결과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상태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대호가 발목 때문에 수비를 못한다면 지명타자로 출전하면 된다.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고 "최정은 코가 골절되거나 눈을 정면으로 안 맞아서 천만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WBC 최종 엔트리 제출일은 20일이어서 더 이상 부상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번 대표팀은 구성 초반부터 교체가 잦았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봉중근(LG)이 장원준(경찰)으로 대체됐고, 12월 21일엔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홍상삼(두산)이 각각 메이저리그 적응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서재응(KIA), 차우찬(삼성), 이용찬(두산)이 발탁됐습니다.
그후 추신수(신시내티), 김진우(KIA)도 팀 적응과 부상으로 인해 손아섭(롯데), 윤희상(SK)으로 교체했으며 2월 1일에는 오른 팔꿈치 부상을 당한 이용찬(두산)을 송승준(롯데)으로 교체해 7번째로 엔트리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대표팀에서 부상 선수가 나온 적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최초로 메달을 따낸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때는 부상 병동이었습니다.
당시 대표팀 최종 24명 엔트리는 정대현(경희대)를 제외한 23명이 프로 출신으로 드림팀이 구성됐습니다.
구대성, 김기태, 김동주, 김수경, 김태균, 김한수, 박경완, 박석진, 박재홍, 박재홍, 박종호, 박진만, 손민한, 송지만, 송진우, 이병규, 이승엽, 임선동, 임창용, 장성호, 정수근, 진필중, 홍성흔 등 이었는데 주포 이승엽은 국내 시즌 중 이미 무릎을 다쳐 고생했습니다.
이해 정규 시즌에서 홈런 32개, 타율 3할3푼8리를 기록한 외야수 송지만(한화)은 현지에 도착해 9월 11일 시드니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연습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베이스러닝 도중 누구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혼자 쓰러져 심한 통증을 호소했는데 그전의 3회 2루에 있다가 박경완의 우익수 플라이 때 리터치를 위해 돌아가던 도중에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며 발목 뼈가 부러진 것입니다. 그의 발목뼈는 세조각으로 동강이 나 핀을 7개나 박았고 안쪽 인대가 끊어져 접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작 경기에 들어가서는 18일 호주전에서 허리를 다친 박경완과 23일 일본전에서 발목을 접지른 박재홍은 준결승과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해 홈런왕 박경완(40개)와 ‘리틀 쿠바’박재홍의 동시 결장은 수비와 타력의 큰 지장을 줄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3루수 김동주와 김한수는 각각 발바닥과 어깨가 좋지 않아 교대 출장해 경기 당일 덜 아픈 선수가 선발 출장해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내야 수비의 핵심요원인 유격수 박진만마저 발끝에 물집이 잡혀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대회 후반 이승엽이 컨디션을 되찾았고 부동의 안방마님 박경완을 대신한 2년차 홍성흔이 기대 이상 잘해 주는 등 다른 선수들이 어려운 가운데 베스트를 다한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당시 대표팀 김응룡 감독은 “아프지 않은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키다 보니 선발 명단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대회를 앞두고 투수 임태훈이 부상을 당해 전격 합류 시킨 윤석민이 기대 이상의 피칭으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5로 깜짝 활약을 해 한국의 금메달에 기여했습니다.
2010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강정호가 대신 나가 대단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원래 대표팀 3루수로 이범호(소프트뱅크)를 넣을 예정이었으나 일본에서 적응을 위해 대신 강정호를 넣은 게 적중했습니다. 강정호는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5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는 등 타율 6할1푼5리.홈런 3개, 장타율 1.385로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금메달의 주역이 됐습니다.
차선책으로 나선 선수들이 잘해 준 대표팀은 그만큼 우리 야구의 선수층이 두터워지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이번 WBC에서는 더 이상 부상없이 모든 선수들이 베스트를 다해 주길 바랍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