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디키의 '너클볼' 대응할 타자들 반응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17 06: 35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에이스는 R.A. 디키(39,토론토)다. 지난해 리그에서 20승을 거두며 사이영상을 거머쥐었고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이 만약 미국과 만난다면 디키와 맞상대를 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미국이 맞대결을 펼치려면 최소 4강은 진출해야 가능하다. B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일본에서 펼쳐지는 2라운드에서 A조 1,2위와 상대를 하기 때문에 D조에 속한 미국과 상대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역대 미국과의 전적은 7전 2승 5패다. 2006년 1회 WBC 2라운드에서 7-3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 처음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선제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고의사구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이후 다시 미국을 꺾은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조별 예선이었다. 접전 끝에 대표팀은 8-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었다. 큰 경기에서 미국을 두 번이나 물리쳐 자신감은 있다.
철저하게 '색다른 것'에 집중한다면 디키의 너클볼이야말로 그 가운데 백미다. 물론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 빠른 배트 스피드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겠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너클볼은 이번 대회에서 핵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디키의 너클볼에 어떻게 대처할 지도 관심을 불러 모은다.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극도로 줄여 바람의 영향을 극대화시킨 공이다. 너클볼을 제대로 던지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공의 회전이 1바퀴에 지나지 않게 된다. 회전이 걸리지 않은 공은 바람과 공의 흠집, 그리고 실밥의 위치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다만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배팅볼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경기에서 주무기로 삼는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크리스 옥스프링이 즐겨 구사했고 마일영(32,한화)이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키는 현재 메이저리그의 사실상 유일한 너클볼러다. 평범한 선수였다가 너클볼을 장착한 후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디키는 지난해 뉴욕 메츠 소속으로 20승 6패 233⅔이닝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까지 거머쥐었다. 디키의 특징은 고속 너클볼을 던진다는 점. 80마일(약 129km) 정도의 고속 너클볼과 60마일(약 97km)의 저속 너클볼을 번갈아 던지면서 타자와 수싸움을 한다. 여기에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의 허를 찔러 삼진을 잡아내기도 한다.
디키와의 맞대결 성사 조건은 사실 까다롭다. 미국과 경기를 가진다고 해도 디키가 출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즐거운 상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WBC가 팬들에게 매력적인 건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전 세계 스타 플레이어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색다른 것, 그리고 한 차원 수준높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WBC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교타자 김현수(26,두산)에게 만약 디키와 맞상대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물었다. 김현수는 "너클볼을 상대해 본 적이 있다. 2008년에 옥스프링과 상대를 하는데 너클볼을 던지더라. 그때는 안 치는게 승부하는 방법이다. 스트라이크로 안 들어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면서 "실제로 (디키와 상대를 할 때) 너클볼이 날아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이 먼저 떨어질 것 같다"고 답했다.
포수 강민호(28,롯데)는 "너클볼을 받아 본 적도 없고, 쳐 본적도 없다"고 말한다. 대신 "이상목 선배의 포크볼은 너클볼처럼 잡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많이 놓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장 너클볼을 쳐야 한다면 고민을 해보겠다. 일단 타석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만큼 너클볼은 특별하게 상대할 방법이 없는 공이다.
벌써 WBC 결승전 상대로 미국을 상정하고 있는 일본은 '디키 경계령'을 내린 상황이다. 일본야구 관계자는 "디키와 같은 유형의 투수는 일본에 전혀 없다. 일본전에 나온다면 크게 고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 역시 당장 눈앞에 닥친 건 아니지만 미국과 상대할 때를 대비,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cleanupp@osen.co.kr
위 : R.A. 디키. MLB.COM 제공.
아래 : 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