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로지 대표팀만 생각하고 있다".
류중일(50,삼성) 감독은 지난해 우승팀 감독 자격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류 감독은 코칭스태프 포함 40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타이완 도류구장에서 WBC 1라운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강훈련이다. 선수들 입에서 앓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 진행되는 훈련은 시간만 봤을 때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그 강도는 높다. 오죽하면 대표팀에 여러 번 소집됐던 이대호의 입에서 "7년만에 가장 강한 훈련을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대표팀 감독들과는 달리 류 감독은 훈련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그라운드에 머물며 선수들의 훈련을 독려한다. 직접 펑고를 쳐 주면서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고, 티 배팅을 올려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펑고는 류 감독의 장기 가운데 하나다. 삼성에서 오랜 시간동안 코치를 역임한 류 감독은 펑고에 있어서는 정교한 기술자와도 같다. 류 감독의 펑고는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외야수들은 류 감독의 펑고에 혀를 내두른다. 김현수(두산)는 "(류 감독이 코치로 참가했던) 대표팀에서 몇 번 받아 봤기 때문에 힘든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전준우(롯데)는 "정말 많이 뛰도록 펑고를 쳐 주신다.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으면 잡을 수 없을 정도로만 공을 날리니 안 달릴 수 없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티배팅을 할 때 공을 올려주는 것도 류 감독이 자청하고 나섰다. 특징은 시간차를 두는 것. 티배팅을 할 때 습관처럼 타이밍에 맞춰 방망이를 휘두르기만 했던 타자들은 류 감독이 올려주면 더욱 집중한다. 전준우는 "감독님이 올려주실 때 체인지업으로 주신다"고 말하고, 류 감독은 "수 싸움을 하면 내가 이긴다. 그냥은 안 올려준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라운드에서 훈련이 끝나도 선수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투수들은 훈련을 조금 일찍 마친 뒤 도류구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야수들은 자이엔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 실시한다. 류 감독은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어제 웨이트 했냐"고 물어보며 직접 선수들을 챙기고 독려하고 있다. 류 감독이 나서면서 선수들은 아무리 피곤해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놓을 수 없다.
훈련 강도는 지난 WBC보다 한층 올라갔다는 것이 선수들의 중론이다. 지난 1,2회 대회는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었다. 한 선수는 "김인식 감독님 스타일은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것이었다. 이틀 훈련하면 하루 쉬는 식이었는데 이번은 휴식일도 적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표팀에게 주어진 휴식일은 이동일을 제외하고 16일과 21일 이틀 뿐이다.
이번 대표팀의 강도 높은 맹훈련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류 감독은 출국 직전 "맹훈련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앞서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는 한층 올라가 있지만 전력은 예전 대회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부상선수가 속출하면서 당초 예상했던 전력을 꾸리지 못한 대표팀이다. KBO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이 알게 모르게 많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강도높은 훈련은 이어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류 감독은 소속팀 삼성의 전지훈련에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류 감독은 "지금은 오로지 여기(대표팀)만 신경쓰고 있다"며 선수들이 훈련을 실시하는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선수들은 강도높은 훈련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감과 싸우고 있지만 류 감독은 대표팀을 최소 4강까지 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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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