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꼴등 안 했어요".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두 번째 불펜피칭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며 순조롭게 적응 단계를 밟았다. 류현진은 오는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으로 첫 시범경기 등판 일정도 잡혔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장거리 러닝. 류현진은 단체 훈련 첫 날이었던 지난 14일 장거리러닝에서 막판부터 뒤처지는 바람에 체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때아닌 담배 논란에 시달렸던 것도 결국 첫 날 훈련에서 러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팀 미팅을 마친 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다저스 선수단은 10시20분부터 단체로 장거리 러닝을 시작했다. 운동장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해 경기장 주변을 뛰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코스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림 없는 러닝으로 낙오하지 않고 여유있게 완주했다.시작할 때부터 뒤쪽 대열에 뛴 류현진의 뒤로 4~5명의 선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훈련을 마친 뒤 류현진은 러닝에 대해 "오늘은 꼴등하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은 뒤 "워낙 못 뛴다고 하니까 잘 뛸 때가 된 것이다. 절대 오기는 아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서도 계단을 뛰더라"며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훈련이라고 해서 크게 어렵거나 특별한 건 없다. 충분히 할 만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저스 코칭스태프에서도 류현진의 훈련 프로그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캠프 기간 동안 꾸준히 훈련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첫 날 장거리와 이튿날 단거리에서 뒤로 처졌지만,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러닝에서 낙오되지 않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불펜피칭이 생각한 대로 잘 되고 있다. 투수는 공만 잘 던지면 된다"며 러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투구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25일 첫 출격 날짜가 잡힌 만큼 러닝이 아니라 투구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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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