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오전훈련을 마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더그아웃에 하나 둘 씩 모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단에 갑자기 폭소가 터졌다. 정체불명의 유니폼 마킹을 하고 나타난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황기순, 등번호는 18번이었다. 그 주인공은 윤석민(27,KIA). 하안 테이프로 등에 '황기순, 18번'을 붙이고 나타난 윤석민의 모습에 선수들은 힘든 것도 잊고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류중일 감독 역시 웃으며 "대체 왜 그러고 다니냐"고 물었고, 윤석민은 "전력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붙이고 다닌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지금도 훈련을 지켜볼 지 모르는 타국 전력분석 요원들로부터 정체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것. 류 감독은 "정말 석민이가 황기순을 닮았냐"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KBO 직원은 "차라리 홍록기를 더 닮은 것 같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사실은 1년 선배 윤희상(28,SK)의 장난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윤희상과 윤석민은 야구를 함께 시작한 사이다. 프로야구 선수 4명을 배출한 구리 리틀야구단에서 만난 윤희상과 윤석민은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윤석민은 선배 윤희상을 초등학교 때 '울보'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팀 선배들은 "윤석민이 직접 붙이고 다니는 거다. 자작극"이라고 음해(?)를 하기도 했지만 윤석민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에이스가 희생한 덕분에 맹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도류구장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cleanupp@osen.co.kr
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