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새 경기 중 오늘(17일)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3년 2월 17일은 김지현(하나외환)의 농구인생 중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듯하다. 춘천 우리은행 한새가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위해 마지막 1승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그 상대로 코트에 나선 팀은 최하위 부천 하나외환. 누구나 우리은행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독기를 품은 하나외환 선수들은 끝까지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54-49, 경기 종료를 앞두고 김지현의 3점슛이 그대로 림을 관통한 순간 조동기 감독은 승리를 짐작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김지현은 또 한 번 3점슛을 성공시키며 하나외환의 완벽한 승리를 만들었고, 우리은행의 잔칫상에 고추가루를 확실히 뿌렸다. 결국 이날 경기는 62-56으로 하나외환이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17점을 꽂아넣은 김정은과 마지막 2개의 3점슛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은 김지현이었다. 나란히 인터뷰실에 들어온 두 선수는 상기된 얼굴 사이로 복잡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사실상 플레이오프가 좌절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던 것.
김정은은 "어제 KB랑 삼성 경기를 보고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맥이 빠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어봤는데 목표도 없고 동기부여도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집에서 남들이 잔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힘든경기가 될 줄은 알았지만 (김)지현 언니가 중요한 순간에 잘해줘서 이긴 것 같다"고 승리의 공을 김지현에게 돌렸다.
승리의 3점슛 2개를 성공시킨 김지현은 더 겸손했다. "경기하기 전에 슛 연습하는데 밸런스가 좋더라. 1번으로 들어갔으면 (3점슛을)안쐈을 텐데 2번 백업으로 들어가서 던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김지현은 "시즌 초반 출장하면서 부담이 너무 많았고 경기도 잘 안됐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좋았던 것 같다"며 "최근 몇 년새 경기 중 오늘(17일)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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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