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류현진, 번트 연습이 더욱 중요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2.18 06: 17

아직은 많이 어색했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 연습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저스가 소속돼 있는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쓰지 않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전통의 야구'를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도 자신이 등판하는 날에는 꾸준히 타석에도 서야 한다. 
때문에 내셔널리그 팀들은 투수들의 타격 훈련도 빼놓지 않고 한다. 류현진은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스프링캠프에서 벌써 3번이나 방망이를 잡고 번트 훈련을 받았다. 특히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실내 연습장이 아닌 야외에서 피칭머신을 상대로 번트를 댔다. 

류현진은 잭 그레인키, 애런 하랑, 테드 릴리, 매튜 매길 등 4명의 투수들과 함께 같은 조를 이뤄 피칭 머신에서 나오는 공에 번트를 댔다. 그러나 능숙하게 번트를 잘 대는 베테랑 릴리와 달리 류현진의 번트 실력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번트 타구가 뜨는 바람에 뒤쪽 향하거나 라인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조금 더 앞에서 맞혀라", "손가락을 펴라", "무릎을 더 굽혀라" 등 다양한 조언이 나왔고, 류현진도 방망이 각도를 조절해가며 번트를 잘 굴리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빠른 공이 방망이 끝에 전해지는 충격 때문인지 오른손 통증을 잠깐 호소하기도 했다. 롯데팬이라는 한국인 야구팬도 "손가락 안 다치게 하자"고 외쳤다. 
류현진이 번트 연습에 더욱 집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투수는 예민한 직업이다. 약간의 밸런스가 흐트러져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투구에만 집중하기도 바쁜데 타격까지 해야 한다는 건 분명 부담이다. 타구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한 번트 동작은 자칫 미숙할 경우 부상을 유발할 위험성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투수 A.J 버넷이 번트를 연습하던 도중타구에 눈을 맞으며 뼈가 골절돼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재활기간을 거쳐야 했다. 투수 뿐만 아니라 야수들도 종종 손등·손가락을 다치기도 한다. 류현진으로서는 세심한 번트 동작을 익혀 부상 위험을 줄이는 과제다. 번트 연습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날 총 16개 번트 타구를 댄 류현진은 "피칭 머신이 (정상 위치보다) 앞쪽에 있어 공이 좀 빨랐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느꼈다. 그런 공은 월드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고 웃으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추신수처럼 특이하게 양귀 헬맷을 쓴 그는 "난 머리가 안 큰데 (동양-서양인) 머리 구조가 달라 다른 헬맷이 잘 안맞더라. 구단에 새로 받았는데 크게 불편한 건 없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번트를 부상없이 잘 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딱 맞는 헬맷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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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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