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WBC 스토리] 이대호, 식당 주방으로 돌진한 사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18 06: 11

기본적으로 야구 선수들의 식사량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김진우(KIA)가 앉은 자리에서 회전초밥 148접시를 1시간 만에 먹은 일은 유명한 일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김진우 못지 않은 대식가들이 있다.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모두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대식가다. 특히 이승엽은 김진우 못지 않은 여러 일화를 가진 선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지역 예선전 당시 한국 대표팀 회식 때 끊임없이 고기를 먹어 당시 하일성 KBO 전 사무총장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16일 꿀맛같은 휴식을 가진 대표팀은 17일 도류구장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휴일이지만 주위에 갈 데도 없고 먹을 곳도 없더라"고 투덜대던 이승엽은 "2008년에 대표팀이랑 같이 타이중 갈비집 갔던 게 생각난다. 그때 대호, (류)현진이랑 한 테이블에서 먹었는데 둘 다 정말 많이 먹더라"고 놀렸다.

이 말을 들은 이대호는 "형님이 그때 제일 많이 드시지 않았냐"고 반박하더니 "승엽 형님은 한 번에 고기 세 점씩 훑어서 드셨다. 우리가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진이까지 셋이서 각자 10인분은 먹은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타이완 자이엔은 한적한 소도시다. 상권이 발달돼있지 않아 휴식일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나갈 곳이 없어 방에만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식사도 문제다. 작은 도시다 보니 한식을 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타이완 제 3의 도시 타이중에는 그나마 한국식당이 곳곳에 있기에 이동일인 26일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훈련이 고되기에 그만큼 입에 맞는 식사로 영양을 보충해줘야 할 대표팀. KBO는 최선을 다해서 선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완벽하게 맞춰주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타이완 음식은 특유의 향이 있는데 여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 이대호 역시 "향이 있는 음식은 일부러 피한다"고 말한다.
이대호는 16일 휴식일을 맞아 자이엔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밥을 한 그릇 다 먹고 더 달라고 하는데 종업원이 도무지 못 알아듣더라. '밥이요 밥'이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고, '라이스(rice)'라고 해도 알 수 없는 대답만 하더라. 그리고는 야채를 갖다 주더라"고 불평했다. 대화가 되지 않는 종업원과 한참 씨름을 하던 이대호는 결국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밥솥을 가리키며 "저거 달라"고 하자 그제야 종업원은 알아듣고 가져다 줬다는 후문이다. 역시 바디 랭귀지는 만국 공용어다.
결국 KBO는 음식으로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한 방책을 내 놓았다. 자이엔 근처 한국식당을 섭외, 25일까지 매일 저녁을 김치찌개와 갈비구이로 제공하기로 했다. 26일 선수단이 타이중으로 이동하면 조금 더 상황은 나아진다. 아침만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고급 한국 갈비집에서 해결할 예정이다. 식비는 늘어나게 됐지만 선수단 지원을 위해서라면 전혀 아까울 게 없다는 K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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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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