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발 투수의 탈삼진 7개가 모두 헛스윙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유인구에 속고 손쉽게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다보니 초반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며 결국 패했다.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 두 차례에서 1무 1패로 열세를 만든 두산 베어스 타선은 또 하나의 숙제를 떠안았다.
두산은 지난 17일 일본 미야자키현 난고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연습경기 2차전에서 8회 2점을 내주며 2-4로 패했다. 전날(16일) 2-2 무승부까지 합치면 세이부와의 연습경기 전적은 1무 1패. 대체로 젊은 투수들 중에서 가능성을 비춘 이들이 많은 반면 타선에서는 확실한 집중타가 터지지 않은 것이 열세 이유였다.
특히 17일 경기는 두산 타선의 선결과제가 유감없이 묻어나왔다. 이날 세이부 선발로 나선 도가메 겐은 3이닝 동안 6타자 연속 탈삼진 포함 7탈삼진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도가메는 2011년 드래프트 1순위 출신으로 지난해 팀의 중간 계투로서 41경기 6승 무패 9홀드 평균자책점 2.72의 뛰어난 성적을 올린 사이드암. 최고 150km에 가까운 직구를 던지는 투수로 커브, 슬라이더, 싱커 등 다양한 구종 구사도 가능하다.

두산 타선은 이날 토가메의 수에 완전히 농락당하며 무득점으로 끌려갔다. 특히 이날 두산이 기록한 10개의 삼진 중 9개가 1~6번 타순에 몰려있었다. 4번 타자 홍성흔을 비롯해 톱타자 오재원, 5번 타자 오재일, 6번 타자 박건우가 모두 삼진 두 개씩을 당했다.
지난해 두산은 팀 삼진 659개로 8개 구단 타선 중 가장 적게 삼진을 당한 팀이었고 득점권 타율도 2할8푼6리로 가장 높았다. 1차적으로 보면 클러치 상황에서 컨택 능력이 좋았던 것으로 보여지지만 팀 타율 2할6푼(4위)에 병살은 129개로 가장 많았다. 김진욱 감독은 적은 삼진을 권장했으나 바람과 달리 이는 상대 투수들의 투구수를 줄여주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상대의 수를 미리 파악해 삼진을 줄였다기보다 삼진은 모면하자는 식의 경기력도 보였다.
17일 세이부전은 몇 개의 삼진을 당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삼진을 당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경기이었다. 토가메의 공이 워낙 빨랐고 전지훈련 기간에는 대체로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가 시즌 때에 비해 느리기도 하지만 토가메가 뽑아낸 7개의 탈삼진이 모두 헛스윙이었다는 점은 되짚어야 할 부분이다. 수싸움에서 일찌감치 밀렸고 덕아웃과 대기 타석에서 후속타자들이 상대 선발의 공을 지켜보면서도 확실하게 생각해두고 나서지 않았다는 점으로도 볼 수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두산 타격에 대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신예나 자주 못 보던 투수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더라. 적어도 한 타순이 돌 정도면 공략할 법한 투수에게 6~7회까지 끌려가는 경기도 꽤 있었다. 경기 전 자료를 많이 얻지 못하더라도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공략해야 할 상대의 공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두산 코칭스태프도 공감했던 부분이다.
연습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특화할 강점과 함께 보완점을 함께 찾고 시즌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수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3년 간 비췄던 약점이 배경이 되어 연습경기 빈타로 이어진다면 이 또한 ‘답습’의 형태가 된다. 토가메에게 당한 두산 타선의 헛스윙 7삼진은 타자들에게 수싸움 능력 함양과 상대 선발의 특징을 경기 중이라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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