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글렌데일(애리조나), 이상학기자] LA 다저스의 전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괴물과도 첫 만남을 가졌다.
18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 오후 1시를 넘어 백발의 노신사가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을 찾았다. 그가 가는 길마다 팬들의 사인 요청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며 주변이 북적거렸다. 다저스 구단 최고의 전설이자 왼손 특급 샌디 쿠팩스(78)였다. 고희가 넘은 고령이지만 흰 스웨터에 검정 면바지 그리고 운동화의 간편한 차림으로 훈련장에 나타났다.
은퇴 후에도 다저스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간 코팩스는 그러나 전임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와 마찰을 일으키며 다저스를 잠깐 떠나있었다. 하지만 쿠팩스는 올해 새로운 구단주 중 하나인 마크 월터의 특별 고문으로 친정팀에 컴백했다.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해 투수들을 가르치기로 했는데 이날이 그 첫 날이었다. 그는 "다저스에 다시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쿠팩스는 다저스 구단 사상 최고의 투수이자 전설로 꼽힌다. 1955~1966년 12년간 통산 397경기 165승87패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2396개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했고, 4번의 노히트게임에 한 번의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다. 개인 타이틀도 다승 3회, 평균자책점 5회, 탈삼진 6회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팔꿈치 수술 이후 31세의 나이로 일찍 은퇴했지만, 화려한 불꽃을 태운 쿠팩스에게 1972년 명예의 전당 헌액은 당연했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는 "아마 다저스 사상 최고의 전설일 것이다. 다저스팬들에게는 최고의 스타"라고 말했다.
쿠팩스는 한국인 투수와도 이미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94년 박찬호가 처음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었고, 그가 다저스를 떠난 이후에도 텍사스와 뉴욕 메츠 캠프를 찾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에게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쿠팩스는 류현진을 비롯해 잭 그레인키, 애런 하랑, 채드 빌링슬리 등 투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본 뒤 선수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나와 류현진 모두 서로에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났고, 덩치가 정말 큰 것 같다"며 류현진의 큰 몸집에 놀라워했다.
이어 그는 '박찬호처럼 류현진을 가르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류현진의 투구를 보지 못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피칭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와주겠다"는 말로 류현진에게도 지도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주 동안 카멜백랜치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 류현진으로서는 전설적인 왼손 투수에게 지도받는 흔치 않은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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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