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설, 송진우 코치님도 있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구단 사상 최고 전설로 꼽히는 샌디 쿠팩스(78)를 만났다. 하지만 류현진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그는 "한국의 전설 송진우 코치님도 있는데"라며 크게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한국의 전설과 함께 했는데 미국의 전설과 만났다고 해서 크게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전설 앞에서도 당당했다.
쿠팩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 쿠팩스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가는 길마다 팬들의 사인 요청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며 주변이 북적북적 거렸다. 고희가 넘은 고령이지만, 흰 스웨터에 검정 면바지 그리고 운동화의 간편한 차림으로 훈련장에 나타났다.

은퇴 후에도 다저스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간 코팩스는 그러나 전임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와 마찰을 일으키며 다저스를 잠깐 떠나있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운 구단주 중 하나인 마크 월터의 특별 고문으로 친정팀에 컴백했다.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해 투수들을 가르치기로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 첫 날이었다. 그는 "다저스에 다시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쿠팩스는 다저스 구단 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1955~1966년 12년간 통산 397경기 165승87패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2396개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차례 수상했고, 4번의 노히트게임에 1번의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다. 개인 타이틀도 다승 3회, 평균자책점 5회, 탈삼진 6회로 전성기를 보냈다.
팔꿈치 수술 이후 31세의 나이로 일찍 은퇴했지만, 화려한 불꽃을 태운 쿠팩스에게 1972년 명예의 전당 헌액은 당연했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는 "아마 다저스 사상 최고의 전설일 것이다. 다저스팬들에게는 최고의 스타"라고 말했다.
쿠팩스는 한국인 투수와도 이미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1994년 박찬호가 처음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가 다저스를 떠난 이후에도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메츠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다. 류현진에게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날 류현진을 처음 만난 쿠팩스는 "나와 류현진 모두 서로에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났고, 덩치가 정말 큰 것 같다"며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는 류현진의 몸집에 놀라워했다. 이어 "아직 류현진의 투구를 보지 못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피칭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쿠팩스는 앞으로 약 2주 동안 카멜백랜치에서 다저스 투수들의 지도를 도울 계획이다.
다저스의 전설을 만났지만 류현진은 "별다른 것 없었다. 그냥 '뭐라고 불르면 되냐'고 묻길래 '류'라고 불러달라 했다"며 "한국의 전설 송진우 코치님도 있다"고 강조했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무려 21시즌을 던지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다승(210승) 최다이닝(3003) 최다탈삼진(2048개) 기록들을 갖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 시절부터 현역 시절 송 코치와 함께 하며 그의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당당히 메이저리거가 된 그이지만 진심으로 존경하는 송진우 코치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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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