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전사들의 강등 사투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어떤 나라, 어느 리그든 매 시즌 우승과 함께 잔류 경쟁 또한 쉼 없이 벌어진다. 그리고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팬들 또한 그 과정을 즐기며 환희를 느끼고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특히 유럽 3대리그에 대한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한국 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높아진 한국 축구의 위상으로 유럽파 코리안리거들이 늘어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관심이 우승 경쟁에서 생존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박지성의 우승을 응원했다면 올 시즌은 태극 전사들의 잔류를 바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중 한국 팬들의 시선은 유럽 3대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로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호강시켜 주는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것에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무대(2부리그 포함)에는 기성용을 필두로 박지성, 윤석영, 이청용, 김보경이 활약하고 있고, 박주영은 스페인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독일 무대에서도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박정빈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한국 축구를 책임졌던 그리고 책임져야 할 자원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가장 피 튀기는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또 다른 싸움을 맞이하고 있다.
먼저 '강등 1순위'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몸담고 있는 팀이고, 한국의 차세대 왼쪽 풀백으로 떠오른 윤석영도 합류해 한국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QPR은 현재 2승 11무 13패(승점 17점)라는 참단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최하위인 20위에 처져있다. 잔류 마지노선인 아스톤 빌라와 격차는 승점 7점. 새해 들어 무패행진을 벌이며 좋은 흐름을 타는 등 최근 리그 6경기서 첼시 토튼햄 맨체스터 시티 등을 상대로 1승 4무 1패를 기록하며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스완지 시티에 1-4로 완패를 당하며 흐름이 꺾였고, 정작 중요한 '1승'을 좀체 올리지 못하고 있는 QPR이다. 이제 잔류를 위해서는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아스날 시절의 아픔을 청산하고 스페인 무대에 입성한 박주영도 치열한 강등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실 박주영은 현재 강등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팀'보다는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개인'의 위기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시즌 초반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중용됐던 것과는 달리 후반기 이후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고 있다.
셀타는 현재 5승 5무 14패(승점 20점)로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러 있다. 14위 그라나다(승점 26)부터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레알 사라고사(승점 24)까지 가시권에 두고 있다. 14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충분히 잔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구자철과 지동원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도 2년 연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시즌 '잔류전도사' 구자철의 맹활약으로 기사회생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좋은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있다.
2승 9무 11패(승점 15)로 17위에 자리한 아우크스부르크는 승강 플레이오프 자격이 주어지는 16위 호펜하임(승점 16)을 현실적인 추격 목표로 잡아야 한다. 격차가 많이 벌어지긴 했지만 더 나아간다면 잔류 마지노선인 15위 볼프스부르크(승점 26)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 겨울 이적시장서 지동원을 임대 영입하며 후반기 들어 1승 4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국내 언론은 물론 현지 언론까지 구자철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잔류 가능성을 한층 높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레버쿠젠에 1-2로 패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제 아우크스부르크와 구자철 지동원에게 남은 기회는 불과 12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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