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대형, 도약이냐 실패 반복이냐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2.19 06: 07

LG 이대형(30)은 통산 타율 2할6푼3리·도루 366개를 기록한 프로 11년차 외야수다. 기록만 놓고 보면 상위타순보다는 하위타순에 자리하거나 대주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선수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6년 전 타율 3할8리를 올렸고 4년 연속 50도루를 한 주전 리드오프였다.
이대형이 보여줬던 재능 때문에, 그리고 몇 년째 도루능력과 중견수 수비능력을 겸비한 외야수가 LG에 없었기에, 매년 이맘때면 이대형은 화제의 중심에 선다. 지난 몇 년 동안 타격 코치가 수차례 바뀌면서 ‘이대형의 배트에 붙은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도 반복되고 있다.
작년도 마찬가지였다. 롯데 타선을 리그 최강으로 키워낸 김무관 타격코치가 LG로 부임하면서 김 코치와 이대형의 일대일 레슨이 시작됐다. 김 코치는 이대형의 나쁜 버릇 하나씩 천천히 고쳐간다는 긴 호흡과 함께 이대형을 지도했고 이대형도 2012시즌 시범경기서 타율 3할 이상을 올려 예상보다 빠르게 마술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대형은 지난 시즌 타율 1할7푼8리로 침묵하며 1군과 2군을 오갔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2년째 이대형을 지도하고 있는 김 코치는 “누구든 10년 버릇을 1년 만에 고치기란 힘들다. 대형이는 기본적으로 연습량이 많은 선수다. 일단 지난해와는 달리 자기 스윙이 어떤 건지 이론적으로 알아가고 있다. 의외로 많은 프로 선수들이 자기 스윙의 강점과 단점을 모른다. 단점을 인지하고 장점을 찾아가는 단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연습 때 나오는 타구의 30%만 나와도 확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이대형의 컨디션을 전했다. 지난해 이 맘 때 김 코치는 “연습 때 나오는 타구의 20%는 나와야 한다”고 했었다. 10%의 차이는 언뜻 보기엔 크지 않지만, 야구에선 2할 타자와 3할 타자를 가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대형은 지난달 연봉협상에서 최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봉 동결 판정을 받았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이대형이 이적할 경우 반대급부를 계산해야 하는 LG 구단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만일 이대형이 올 시즌 로또 당첨금을 받았던 다른 선수들처럼 화려하게 비상하면 LG는 이대형과 FA 재계약을 체결하면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LG 구단이 이대형의 연봉을 동결하면서 잃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이대형에게 주어진 기회가 이전처럼 마냥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박용택이 화려하게 외야수로 복귀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 그렇다. 득점권 타율 리그 1위(4할1푼6리)를 찍고 예상보다 안정된 중견수 수비(수비 윈셰어 2.83)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LG는 더 이상 이대형의 도약을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이병규(7번)까지 올 시즌 외야수로 복귀하기 때문에 LG 외야진은 3년 전처럼 포화 상태가 됐다.  
이대형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나서 마무리 캠프 참가를 자진했다. 야수조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이끌며 캠프 분위기를 주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는 비난을 받았지만 고개 숙이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도 꾸준히 출장 중이다. 오키나와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이대형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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