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던 류중일(50) 감독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당초 전력구상과는 조금은 다른 팀이 됐다. 7번이나 선수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좌완 트로이카 3인방(류현진-김광현-봉중근)이 모두 빠져나갔다. 대체선수로 뽑은 선수가 다시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대표팀 전력약화는 불가피한 일. 김인식(66) KBO 기술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지금 대표팀과 처음 대표팀의 기량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이 거듭된다면 아무래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에는 조금씩 아픈 선수들이 많다. 그 가운데 우완 윤희상(27)은 오른쪽 손목 부위에 경직증상을 보여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다. 류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 14일 각 구단 스프링캠프에 전화를 걸어 대체선수를 확보하기도 했다. 윤희상은 대표팀 잔류를 강하게 희망했고, 다행히 증세도 호전됨에 따라 엔트리 변동없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안 그래도 전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번 대표팀. 류 감독은 반복되는 엔트리 교체에 적잖게 마음고생을 한 모습이었다. 18일 도류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은 "그저 태극마크를 다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시즌을 앞두고 벌어지는 WBC는 평년보다 몸을 일찍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이나 정규시즌을 걱정하는 선수들이 있는 것도 이해를 한다. 그렇지만 WBC를 출전하면서 얻는 이득이 훨씬 많다"고 강조하는 류 감독.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류 감독은 "WBC와 같이 큰 대회를 치르고 나면 선수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며 보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서 본인의 프로야구 신인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류 감독이 프로야구에 데뷔한 1987년, OB 베어스와 시범경기 첫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류 감독은 "고작 시범경기인데도 내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 첫 타석에서 김진욱 감독님한테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크게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 처음 굴러온 타구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 다음부터 자신감이 확 붙더라"며 "만약 그날 내가 안타도 못 치고 그랬으면 그저그런 선수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WBC 감독을 맡은 소감도 전했다. 류 감독은 "결코 내가 능력만으로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은 아니다.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자리"라며 "아직 나는 경륜이 한참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런 자리에 앉았다는 것에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 류 감독은 큰 부담과 싸우고 있다. "대표팀 감독이 됐다는 사실은 행복하다. 그렇지만 가끔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대회 시작 전까지 계속 그럴 것 같다"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성적을 올린다면 얼마나 행복할 까 하는 생각 뿐"이라고 고백했다. 류 감독이 세운 최소한의 목표, 도쿄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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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