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류중일 고안 '한개 배팅', '좌익수 강민호' 낳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19 07: 04

매일 아침 타이완 도류구장 더그아웃에는 훈련 스케줄표가 붙는다. 이 스케줄표에는 훈련 시작과 점심시간, 특타 명단 등 여러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구장에 도착 하자마자 스케줄 표부터 확인한다.
19일 훈련 스케줄표에는 다소 낯선 용어가 있었으니 바로 '한개 배팅'이다. KBO 관계자도 "감독님이 고안하신 훈련 같다. 아마 감독님만 무슨 뜻인지 아실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중일(50) 감독이 고안한 한개 배팅은 기존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조금 변형한 형태다. 시뮬레이션 훈련은 실제 경기때와 똑같이 팀을 나누고 투수와 타자, 주자, 수비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경기와 똑같이 이뤄지기에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기에 적합한 훈련이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있는 대표팀이 실시해야 할 훈련이 바로 시뮬레이션. 여기에 류 감독은 조금 변화를 줬다. 타자들은 아웃카운트, 볼 카운트와 무관하게 단 한 번 타격을 할 수 있고 정상적으로 수비도 이뤄진다. 특이한 점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은 대표팀 주장 진갑용(38)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투수가 아닌데다 치기 딱 좋게 공을 던져주니 타자들의 타구 질이 좋은 건 자연스러운 일. 타자들은 신나게 타격을 했고 내야수들은 빠른 타구에 정신없이 수비를 했다. 또한 누상에 나가있는 주자들은 주루플레이를 하기 바빴다. 류 감독은 "한개 배팅은 팀에서는 자주 하는 훈련이다.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그만큼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야수가 치기 좋게 공을 던져준다. 그렇게 하면 타자들은 (쉬운 공을 쳐서) 타격감을 올려서 좋고, 수비수들은 큰 타구와 빠른 타구가 많이 나와 그만큼 연습이 된다. 여기에 주자들도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훈련의 효과를 설명했다.
선수들은 새로운 훈련을 마음껏 즐겼다. 비록 시뮬레이션 훈련이지만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작은 내기를 걸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했다. 이대호는 친한 선배 이승엽이 앞 타석에서 홈런을 치자 "주자들 주루연습 못 하게 홈런을 왜 치냐"고 농담삼아 타박을 했고, 그러자 이승엽은 "너는 내가 홈런을 쳐도 뭐라고 하고 안 쳐도 뭐라고 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한 이대호는 3루 주자 강민호가 플라이 타구 때 홈에서 아웃당하자 3루 주루코치를 향해 "왜 슬라이딩 사인을 안 내서 아웃되게 하냐"는 몸짓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야수들의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점. 이번 대표팀은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이뤄져 있다. 당연히 각 팀에서 빈 포지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강민호는 자신이 속한 백팀의 좌익수가 없어 수비 때 김현수에게 글러브를 빌려 좌익수 데뷔전을 치렀다.
한동안 강민호 쪽으로 공은 날아오지 않았지만 큰 타구가 날아오자 그는 만세를 부르고 말았다. 외야수에게는 가장 큰 굴욕. 처음으로 외야에 나가 본 강민호는 백업도 철저하게 가는 등 열심히 자신의 포지션에서 임무를 수행했지만 정작 타구는 놓쳤다. 류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고 "민호야, 만세를 부르면 어쩌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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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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