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우타 외야수 품귀시대, 부각되는 전준우 가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19 06: 10

한국 프로야구는 좌타자 전성시대를 넘어 범람에 이르고 있다. 야구에서 좌타자를 하면 유리한 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 1루 베이스에서 가깝다는 점, 우투수를 상대할 때 유리하다는 점 등이 있다.
그렇지만 학생야구때 일부러 길러낸 '우투좌타'가 리그에 늘어나고 있다. 2013년 전체 선수 가운데 우타자는 361명, 좌타자는 112명으로 여전히 우타자가 많다. 그렇지만 좌타자 가운데 공도 왼손으로 던지는 순수 좌타자는 43명에 그친다. 나머지 69명은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치는 우투좌타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보다 좌타석에서 공을 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육성된 '왼손잡이'인 셈이다.
야구 초창기에는 좌타자가 귀해서 유리한 점이 분명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오히려 우타자가 귀해지고 있다. 특히 외야수 부문은 더욱 심하다. 내야는 포지션 특성 상 여전히 오른손이 득세하고 있지만 외야는 좌타자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각 구단에서는 우타 외야수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팀에서 균형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좌타자와 우타자가 골고루 분포돼야 하는데 좌타지 일변도의 외야진은 현재 프로야구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외야수도 마찬가지다. 5명 가운데 4명이 좌타자고 우타자는 단 한 명 뿐이다. 이용규(28,KIA)와 이진영(32,LG)은 좌투좌타로 완벽한 왼손잡이고 김현수(25,두산)와 손아섭(25,롯데)는 우투좌타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 전준우(27,롯데)만 우타자다.
전준우는 2010년 이후 상승세를 구가하다가 지난해 날개가 꺾었다. 극심한 부진 속에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18일 도류구장에서 만난 전준우는 "작년에는 솔직히 훈련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결혼 준비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일들로 쫓겨 겨울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실제 시즌에 들어가 보니 정말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그토록 바랐던 대표팀이지만 지난 시즌 부진하면서 희망을 거의 접었던 전준우다. 하지만 전준우는 대표팀에 발탁됐다. 수비력을 갖춘 우타자가 필요하다는 KBO 기술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전준우는 "발표 당일에 자고 일어나보니 전화에 불이 나 있더라.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국가대표로 뽑혀 얼떨떨했다"고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전준우의 역할은 중요하다. 유일한 우타자 외야수이기에 대타 카드로도 효과적이고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선발 출장도 가능하다. 국가대표 부동의 중견수 이용규가 있지만 우타자인 전준우이기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전준우는 "외야수들 중에서 유일한 우타자라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용규의 왼쪽 어깨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전준우의 출전기회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는 "용규가 대회때는 (중견수로)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익수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준우는 2010년 우익수로 출전한 이후에는 중견수로 전환했다. 일단 19일 NC와의 평가전 선발 중견수로는 전준우가 출전할 계획이다.
전준우에게 이번 WBC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WBC 출전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나가는데 유리하지 않겠냐"고 예측한다. 아직 군역을 해결하지 않은 전준우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마지막 기회다. 그와 비슷한 예로는 2010년 우타자로 대표팀에 뽑혀 우승을 차지해 병역 특례를 받은 김강민(31,SK)이 있다.
하지만 전준우는 "그런 걸 의식해서 무리하다 보면 오히려 성적이 안 나온다. 일단 WBC에 집중하고 올해와 내년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진다. 대표팀 유일한 우타 외야수 전준우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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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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