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주전 경쟁 속 연달아 멀티히트와 타점을 올리며 불을 붙이고 있다. 더욱이 강견호수로는 이미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 두산 베어스 우익수 주전 경쟁이 베테랑 임재철(37)과 8년차 민병헌(26), 두 룸메이트들 덕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임재철과 민병헌은 지난 16, 17일 일본 미야자키현 난고 구장에서 벌어진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 2연전에서 각각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임재철은 16일 경기에서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회 선제 1타점 좌전 안타 등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민병헌은 17일 7번 타자 우익수로 나서 0-2로 뒤지던 7회 만회점이 된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현재 두산 야수진에서 우익수 자리는 1,2,3루와 더불어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 중 하나다. 지난 2년 간 주전 우익수로 뛰었던 정수빈(23)이 지난 시즌 수비-주루 면에서는 팀 내 최고급 수훈을 보여줬으나 2할3푼5리의 낮은 타율로 인해 아직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확정짓지는 못한 상황. 정수빈은 16일 세이부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나서 3타수 무안타(1사사구)로 숨을 골랐다.

정수빈이 숨을 고르는 사이 임재철과 민병헌은 연습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화로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을 맞는 동기부여가 큰 만큼 앞으로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까지 쭉 지켜봐야 주전 우익수 구도 압축 및 확정 여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2004년 두산으로 둥지를 틀기 전까지 롯데-삼성-한화를 거치며 ‘저니맨’의 인상이 짙었던 임재철은 송구 정확도와 강력함에 있어서 현장의 호평을 받는 우익수. 2005년에는 3할1푼 3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최약체 평가를 받던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며 2009시즌에도 주전 우익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두산 외야진에 힘을 보탠 선수가 바로 임재철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손 골절상 등으로 인해 66경기 2할4푼3리 2홈런 14타점에 그치며 프리에이전트(FA) 계약 1년차 시즌을 그르치고 말았다. 선수생활 후반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한 임재철은 “아직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기량으로도 아직 손색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전지훈련 출발 전 임재철은 팀 내 체력테스트 1,2위를 다투며 힘을 과시했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지난해 10월 팀에 합류한 민병헌은 퓨처스리그 2시즌 동안 3할5푼이 넘는 고타율을 자랑하며 타격 면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고 퓨처스 북부리그 도루 1위(24개)를 기록하며 탁월한 도루 능력을 유지했다. 시즌 막판 1군 합류 때는 퓨처스리그 종료 후 쉬던 기간으로 인해 무거운 몸 상태를 보인 것이 아쉬운 부분. 마무리훈련 중에는 무릎 부상을 당하며 중도귀국해 재활에 힘썼던 민병헌이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한 몸 상태를 되찾아 연습경기 맹타를 보여준 민병헌이다. “병역 의무를 마친 데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라 야구로 뭔가 보여드려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진 민병헌은 2007시즌 30도루(4위)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뛰어다녔던 주전 우익수이자 원조 육상부 멤버였다. 통산 94도루를 기록 중인 민병헌은 새 시즌 6개의 루를 더 훔치면 통산 100도루 고지를 밟게 된다. 올 시즌 적극적인 주루를 권장하겠다고 밝힌 김진욱 감독의 계획도를 감안하면 민병헌에게는 올 시즌이 개인으로서나 팀으로서나 굉장히 중요한 한 해다.
둘은 각자의 병역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룸메이트로 지내며 돈독한 정을 나눈 절친한 선후배. 민병헌은 “재철 선배의 몸 관리 방법을 보고 배우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프로 선수에게 철저한 몸 관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숙지해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존경의 뜻을 표했고 임재철도 후배를 살뜰히 챙기며 두터운 정을 쌓고 있다. 정수빈을 매섭게 추격 중인 두 룸메이트는 시즌 후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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