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시카고 컵스 임창용(37)이 마이너리그 등판없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 재활을 끝마치면 시뮬레이션 피칭으로 최종 점검을 거친 뒤 빅리그로 승격되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6월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나온 임창용은 12월 컵스와 2년간 최대 50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조건 중 하나가 '미국에서의 데뷔전은 메이저리그에서 한다'였다. 즉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장 메이저리그에서 데뷔전을 갖는다는 뜻으로 이례적인 대우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메사 호호캄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난 임창용은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등판 없이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다. 원래 재활 등판을 하는 게 기본이지만 구단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공 던질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경기라도 더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컵스 구단에서 임창용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창용은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지만,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구단이 컵스였고, 임창용도 첫 경기 메이저리그 데뷔와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컵스행을 결정했다.
컵스 구단은 임창용에게 따로 재활 프로그램 스케쥴도 짜주며 기대를 걸고 있다. 구단은 빠르면 5월 정도 복귀를 바랄 정도로 하루빨리 그의 피칭을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임창용은 무리하지 않고 예정대로 7~8월을 목표로 완벽하게 재활을 마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어차피 올해는 테스트 형식이다. 내년이 진짜 승부"라고 강조했다.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듯 웃어보인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면 처음에 긴장이 조금 될 것 같다"며 "초구는 무조건 직구"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컵스에서는 아무래도 기회가 많이 올 듯하다. 지든 이기든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나가겠다.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61승101패로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 낮은 승률(0.377)에 그치는 등 2010년부터 3년 연속 5할 승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컵스는 올 시즌을 리빌딩 기간으로 삼는다.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이른바 '메디신볼'이라는 이름으로 재활 선수들을 비교적 싼값에 잡아 재기를 도우며 팀 전력 강화를 함께 기대한다. 임창용과 컵스는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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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사=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