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울산 감독에게 2012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과 중동 클럽들을 한 수 지도하며 짜릿한 우승을 맛 봤다. AFC 선정 '올해의 감독상'도 거머쥐었다. 더 큰 행복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 감독은 '새 출발'을 선언했다. 작년의 영광을 모두 내려놓았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새 시즌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가대표 이근호 곽태휘 등이 빠져 나가면서 선수단 변동의 폭이 컸지만 빠르게 팀을 추스르고 있다. 보다 진화되고 공격적으로 강해진 '철퇴축구'를 다짐했다.
"부담감이 크다"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전력은 떨어진 반면 팬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래서 더욱 시즌을 빠르게 구상했고, 작년을 잊으려고 했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구나'하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시즌을 준비하는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서울은 작년 우승 멤버 그대로고, 전북은 선수수급을 잘 했다. 수원과 포항도 멤버가 좋고. 축구는 의외성이 많다"며 경계심을 표한 김 감독은 "우리도 장담할 수 없다. 쉬운 팀은 어디에도 없다. 나도 상위그룹 떨어지면 사표도 각오하고 있다. 축구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며 "작년 챔스리그 우승팀으로서 명예를 찾고 싶다. K리그 클래식 3위 안에 들어서 챔스리그 티켓을 딸 것"이라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벌써 시즌 3를 맞는 철퇴축구에 대해서는 "수비축구를 무척 싫어한다. 골을 넣어야 그게 축구다. 최대 공격이 최대 수비라는 말도 있다. 수비 때는 집중하느라 체력 소모가 크다.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반면 공격은 소모도 덜하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호, 곽태휘, 에스티벤 등이 빠지면서 출혈이 클 수 밖에 없지만 한상운, 김성환, 까이끼, 호베르또 등 장점 있는 선수들을 두루 영입하며 보완을 마쳤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지금까지 잘 따라주고 있다. 실전 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일본 전훈에서는 수비 가담 문제를 집중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에게 보듬어주고 양보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약한데 다양한 조합을 시험하고 있다. 부상 중인 김성환과 김동석 등이 빨리 올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며 "작년에 김신욱과 이용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이용한테는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숨은 공로자다'고 칭찬했다. 패싱력이 월등히 좋아졌다. 이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신인 박용지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덧붙였따.
한편 '철퇴축구'의 이름을 붙인 축구팬을 찾아 화제가 된 일에 대해서는 "한참 찾았는데 나타나질 않더라. 알고 보니 울산 서포터로 해군 병장으로 복무 중이었다"며 "작년 마지막 홈경기 때 서포터 해단식에 참가해 만났다. 핸드폰에 저장해 뒀다. 한번 볼 계획"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서포터의 열성을 정말 좋아한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부진하고 못하면 꾸짖고 비판해 달라. 언제든 환영한다. 그러나 선수 구성이나 이적 등은 관여하면 안 된다고 본다. 울산 서포터는 착하고 잘 이해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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