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스토커' 첫공개, 핏빛은 덜하고 스릴은 넘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2.19 12: 39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STOKER)가 핏빛 잔혹보다 긴장감 넘치는 심리 스릴러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19일 오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국내 첫 공개된 '스토커'는 18살 생일날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남편의 죽음으로 신경이 곤두 서 있던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만)은 젊고 다정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아주고, 인디아는 이런 자신에게 친절한 삼촌 찰리를 경계하면서도 점점 더 그에게 끌리게 된다. '스토커'는 인디아와 삼촌의 성. 영화를 보면 왜 이들의 성이 영화의 제목으로 쓰였는지 이해하게 된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를 만든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그의 개성이 미국 자본과 문화를 만나면 어떻게 다른 형태로 변화게 될 지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박찬욱 감독 전작보다 잔혹함의 정도나 핏빛 광기는 수위가 낮아졌다는 느낌을 받지만, 등장 인물들간에 벌어지는 불꽃튀는 긴장감이 살아나 한 편의 심리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오색빛깔 복수녀 캐릭터를 만든 바 있는 박찬욱이 소녀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저렇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준다. 단추 하나 풀어헤치지 않는 빈틈 없는 면모에 묘하게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자신 앞에서 이죽거리는 남자들을 단 숨에 제압하고 사냥의 기술을 아는 소녀의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들이기 충분하다. 인디아 역의 미아 바시코브스카에 대한 현지 평단의 극찬이 허언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영화는 삼촌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로 시작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다가, 또 한 번 파격적인 반전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톤은 정적이고, 대사는 소란스럽지 않으며 분위기는 몽환적에 가깝다.
복잡미묘한 한 소녀의 성적 자각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가족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만나 매혹적인 스릴러로 탄생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호불호가 갈릴 듯 하나, 박찬욱 감독이 적어도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본인의 장기를 하나라도 살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로 유명한 웬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쓰고 리들리 스콧과 故 토니 스콧이 제작을 맡았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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