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 튼' 박진옥-윤원일, '대전맨'으로 변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2.19 16: 55

새 출발이라고 표현하기엔 쑥스럽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맞이하는 새 시즌은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 겨울 제주에서 대전으로 이적한 박진옥(31)과 윤원일(27) 이야기다. 두 선수는 시즌 개막을 앞둔 대전 시티즌 선수단과 함께 현재 남해스포츠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전지훈련 중이다. 새 출발과 도전, 생존이라는 가장 큰 목표 앞에서 완전한 '대전맨'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낯가리고 말수 적은 박진옥, 주장의 책임감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
사령탑 교체는 물론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에 대전에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이번 시즌이 아닐 수 없다. 주장도 새 얼굴로 바뀌었다. 적응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이적 첫 시즌에 덜컥 주장 완장을 차게 된 박진옥은 부담스러운 마음에 안그래도 적은 말수가 더 줄었다.

자신의 장점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개인적인 생각인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했을 정도로 신중한 성격은 박진옥의 장점이다. 2005년 부천에 입단해 8년 동안 150여 경기를 소화하며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보여준 그의 영입은 김 감독의 골칫거리인 대전 수비에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깊은 생각에 빠지면 표정도 한없이 진지해져 '작은 감독님'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다.
"주장을 맡게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주장을 할만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아서 많이 고사했는데,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보다 경험이 조금 더 많아서 맡겨주신게 아닌가 싶다." 쑥스러운 미소와 작은 목소리, 박진옥은 확실히 앞장서서 큰 소리로 누군가를 이끌만한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인완 감독은 새 시즌 주장으로 박진옥을 지목했다. 그의 조용한 리더십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기대를 걸어본 것. 팀내 최고참 정성훈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을 잘 다독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이적하자마자 한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는 사실이 부담스럽지 않을리 없다. 박진옥은 "주장을 맡고 부담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쨌든 선수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경기장에 나가서 솔선수범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 굴곡 많은 프로 6년차 윤원일, "부상은 이제 지겹다, 그저 많이 뛰고 싶을뿐"
박진옥과 함께 있으면 윤원일은 수다스러워진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걸쭉한 입담은 재치가 넘치고 해야할 말은 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그런 윤원일도 부상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윤원일은 "프로 6년차인데 무난하게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자기가 먼저 말하고 배시시 웃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제주에 입단한 윤원일은 시즌 개막 전 부상으로 인해 2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로도 잦은 부상은 윤원일의 발목을 잡았고 2008년 시즌 마지막 경기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에 무릎에서 뼛조각까지 발견되면서 그라운드를 제대로 밟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그런 윤원일에게 있어 대전은 새로운 기회의 땅일 수밖에 없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팀에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내내 미소를 달고 살던 윤원일은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경기를 너무 못뛰었다. 최대한 많이 뛰는 것, 별 탈 없이 마지막까지 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소박하게 답했다. 윤원일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박진옥도 한 마디 거들었다. "원일이는 다치지 않는게 가장 큰 목표일 것"이라고.
부상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이제는 부상 이야기를 안하려고 한다는 윤원일의 말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들렸다. 그저 많이 뛰고 싶을 뿐이라는 윤원일은 "축구는 어느 팀이든 승리하기 위해서 뛰는 것"이라며 선수들도 항상 자기 팀에 자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에는 제주에 있었으니 제주를 위해 뛰어야하는 것이 맞고, 지금은 대전에 있으니 대전을 위해 뛰어야한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팀을 위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생각한다"라며 대전에서 활약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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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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