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비교적 잘 들어맞았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윤석민(27, KIA)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5, 라쿠텐)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윤석민은 19일 대만 도류시 도류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첫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3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는 47개, 직구 최고 구속은 146㎞였다. “80~90% 정도의 컨디션이다”라는 스스로의 말대로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요인이 많은 첫 경기였다.
윤석민은 이날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골고루 구사하며 감각 되찾기에 힘썼다. 코스별로 나눠 던지기 보다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애쓰다보니 피안타는 어쩔 수 없었다. 윤석민은 “유인구 제구가 다소 아쉬웠다”면서도 “첫 등판인데 결과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3회 이현곤 김종호 차화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에 몰렸으나 나성범 이호준 모창민이라는 NC 중심타자들을 삼진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장면이자 대회를 앞두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에이스 몫을 해야 할 윤석민의 이런 호투는 일본 대표팀의 다나카와 비교된다. 다나카는 지난 17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윤석민과 마찬가지로 첫 실전 경기였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쳤다. 1회 2사 후 연속 3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고 2회에도 진땀을 흘리는 등 내내 고전했다. 공인구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 제구가 흔들렸다. 스스로의 말대로 변화구 구사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두 선수는 한·일 양국의 마운드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어깨 위의 짐이 무겁다. 다나카는 다음달 2일 열리는 브라질과의 1라운드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윤석민의 등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꺼내 쓸 필승카드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두 선수로서는 이번 WBC가 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어 동기부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과연 윤석민이 이 우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나카가 정상 기량을 되찾아 반격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몰린다. 한·일 양국의 성적과 직결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이 화두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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