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라서 그럴까. 공교롭게도 첫 연습경기에서 나란히 졌다. 원인도 비슷하다. 물을 먹은 방망이 때문이다.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타선 기 살리기’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았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일본은 17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연습경기에서 0-7로 졌다. 선발로 나선 다나카 마사히로의 난조도 있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패인은 역시 타선의 침묵이었다. 일본 타선은 이날 3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그나마 WBC 공인구를 쓴 3회까지만 안타가 나왔다. 일본 통일구로 바꾼 이후부터는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본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9일 가진 NC 다이노스와의 공식 첫 연습경기에서 0-1로 졌다. 역시 타선이 5안타로 활발함이 떨어졌고 결국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2회 무사 1,2루에서 주루 미스로 기회를 날린 뒤에는 별다른 기회도 없었다.

양 팀의 타선은 마운드에 비해 그나마 전력 누수가 덜했다. 일본은 다르빗슈 유(텍사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그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메이저리그파 에이스들이 모두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비하면 타선은 그다지 큰 누수가 없었다. 한국도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이라는 좌완 트리오가 개인 사정과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마운드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반대로 타선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때문에 양 팀의 방망이 침묵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첫 경기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절대적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투수들에 비해 좀 더 늦게 올라오는 경향이 있어서다. 투수들은 겨우내 푹 쉬었기에 어깨에 힘이 있다. 반대로 타자들은 공이 다시 눈에 익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변화구가 그렇다. 시즌 초반이 대개 투고타저로 진행되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다만 양 팀 사령탑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야마모토 고지 일본 대표팀 감독은 17일 경기 후 타선 부진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야마모토 감독은 “타선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대량득점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어두운 표정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들도 마운드보다는 타선이 더 큰 과제를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첫 경기라 타자들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다. 직구에는 어느 정도 대처를 했는데 변화구에는 적응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전 컨디션이 올라오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언제쯤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느냐 정도를 관건으로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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