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50) 감독은 "수비와 주루에는 슬럼프가 없다. 한 점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루와 수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3일부터 시작된 대표팀 타이완 전지훈련에서 류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내외야 펑고를 쳤다. 오전에는 펑고훈련, 오후에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수비와 주루능력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는 잠시도 앉아있는 법 없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을 흘렸다.
류 감독이 수비와 주루에 공을 들이는 건 짧은 전지훈련 기간동안 가장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회 3주 전 타격과 투구는 큰 기량성장을 바라기 힘들다. 다만 선수들의 기량을 100% 깨우는 데 목적이 맞춰져 있다. 더욱이 수비와 주루훈련을 통해 여러 팀에서 모인 선수들의 손과 발을 최대한 맞춰봐야 한다.

대표팀은 19일 도류구장에서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NC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양해를 얻어 10번 타자까지 운용했지만 0-1로 패배했다. 아직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을 시점이라는 점, 그리고 투수들의 좋은 컨디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류 감독 역시 경기 후 "타자들은 못 칠거라 생각했다. 변화구 대처가 아직 늦더라. 투수진이 잘 던져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루와 수비에서는 아쉬운 장면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2회 무사 1,2루 최정의 내야 땅볼 때 주루미스로 선행주자 두 명이 모두 아웃돼 기회를 날렸다. 최정의 3루 강습타구를 NC 3루수 모창민이 제대로 잡지 못했고, 그 사이 2루로 향한 김현수는 내친 김에 3루까지 달렸다.
문제는 앞선 주자 김태균은 달리지 않았다는 점. 뒤늦게 김현수가 달려오자 김태균도 어쩔 수 없이 스타트를 끊었고 결국 두 명 모두 NC의 깔끔한 런다운 플레이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그 사이 타자주자 최정은 2루를 밟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쳤다.
류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주자는 무조건 선행주자를 봐야 한다. 아마 경기가 끝나고 (유지현) 주루코치가 선수들에게 따로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코치는 경기 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주루 플레이를 복기했다.
수비도 깔끔하지는 않았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의 유일한 실점 장면에서 중견수 전준우의 수비가 아쉬웠다. 선두타자 나성범의 짧은 타구를 무리해서 잡으려다 뒤로 흘려 2루타로 만들어 줬다. 곧바로 이호준의 적시타가 나왔고 결승점이 됐다.
8회에는 2루수로 투입된 김상수가 나성범의 강습 타구를 뒤로 흘려 안타로 만들어줬고, 9회 유격수 손시헌은 조영훈의 숏바운드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내야안타로 이어졌다. 류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모두 능력있는 선수인만큼 곧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서 기쁘다. 주루와 수비에서 나온 미스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개막까지는 열흘 남은 상황. 남은 연습경기는 공식경기 포함 5경기다. 남은 기간동안 최소한 수비와 주루는 완벽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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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