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예능프로그램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가 지난 19일 베일을 벗었다. 새로울 건 없었다. 10년 전 같은 방송사에서 전파를 탄 ‘야심만만’의 그림자가 짙었기 때문이다.
‘화신’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고민에 대한 세대별 응답을 순위로 매겨 이를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랭킹토크쇼 포맷의 프로그램. ‘야심만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1만 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던 것에서 10만 명으로 그 수를 늘린 것과, 설문대상이 종전 10대부터 40대까지였던 것에서 50대를 추가한 점이었다.
랭킹토크쇼라는 포맷이 동일한 만큼 제작진이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부분은 세 MC들이 꾸미는 콩트로 보인다. ‘화신’은 이날 ‘여자친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신의 한수’라는 주제를 던지기 위해 신동엽, 김희선, 윤종신 세 사람의 MC가 지하철로 꾸며진 세트에서 콩트를 펼치도록 했고, 게스트로 출연한 전현무, 이수근, 김종민, 은지원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콩트에 능한 신동엽과 연기자인 김희선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화신’에 백미를 이룰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웬일인지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토크의 주제가 콩트라는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됐는지 여부 또한 의문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은 그러나 일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화신’은 설문 응답 순위를 맞히는 핵심 부분에 돌입하며 게스트들의 재치와 입담으로 순식간에 달아오르며 안정적인 전개를 이어갔다. ‘야심만만’이 시즌2까지 이어지며 포맷에 대한 검증을 마친 상황에서 같은 틀을 사용한 ‘화신’ 역시 새 프로그램이 주는 낯설음에도 친근한 첫 인상을 남긴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포맷이라면 관건은 결국 진행자의 역량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야심만만’이 힘찬 진행과 강한 드리블로 게스트를 몰고 가는 강호동표 예능으로 이름을 날렸다면, ‘화신’은 신동엽이라는 MC가 만들어내는 색깔로 프로그램의 빛깔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동엽은 전매특허 ‘19금 개그’의 달인이자, 입담에 있어서만큼은 넘버원 예능인으로 꼽히는 만큼 강호동과는 다른 장점으로 ‘야심만만’과 ‘화신’을 구분 짓는 데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을 모은 김희선의 첫 예능MC 도전은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었지만, 양념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이날 김희선은 여타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밀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애 고수의 면모를 보였던 것처럼 주제로 등장한 남녀 사이의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생생한 경험담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sunha@osen.co.kr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