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내년을 본다".
30개 구단이 있는 메이저리그는 철저히 비즈니스에 따라 움직인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5할 승률 아래이며 지난해에도 61승101패로 고전한 컵스는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지휘 아래 올 시즌을 리빌딩 기간으로 삼고 있다. 값비싼 선수들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되 수술 이후 재활을 거치고 있는 선수들을 비교적 싸게 잡아 재기를 돕고 있다.
임창용(37)이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컵스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컵스의 리빌딩 정책에 따른 결과였다. 2년간 최대 500만 달러로 스플릿 계약이지만 조건은 상당히 후하다. 첫 번째 팔꿈치 수술 후 재기에 성공한 임창용이기에 그에게 거는 컵스의 기대가 크다.

임창용은 "지금 우리 구단은 올해보다 내년을 보고 있다. 2014년을 많이 기대하고 있으니 거기에 맞추고 있다"며 "올해는 사실상 테스트"라고 말했다. 컵스는 임창용의 데뷔를 마이너리그 재활등판 없이 메이저리그에서 시켜주기로 했다. 빠르면 5월 등판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임창용 역시 재활 이후 실전 감각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창용은 삼성 시절이었던 2005년 8월 첫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재활기간을 거쳐 2006년 9월부터 피칭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성적이 썩 좋지 못했지만 시즌을 마친 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고, 특유의 150km대 뱀직구를 뿌려댔다. 2009년에는 최고 160km를 던지며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임창용이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도 2014년이라는 것이다. 올해 FA 에드윈 잭슨을 영입하고,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영입했지만 컵스는 여전히 미비한 전력이 많다. 올해 팀 리빌딩을 한 뒤 2014년부터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창용과 컵스 모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길을 걷는다. 임창용으로서는 자신에게 매우 적합한 팀을 찾은 것이다.
임창용은 "궁극적인 목표는 컵스 마무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컵스는 카를로스 마몰과 후지카와 가 마무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트레이드될 뻔한 기존의 마무리 마몰이 성적 하락에 비해 높은 몸값 때문에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창용으로서는 후지카와를 넘는 게 과제. 임창용도 "후지카와를 제껴야 하는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컵스는 지난 1908년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벌써 100년이 넘도록 우승을 못하고 있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염소를 리글리필드에 온 팬이 입장을 제지당하자 "앞으로 이 구장에서 다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은 '염소의 저주'로도 유명하다. 그 이후 진짜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임창용이 그의 목표대로 컵스의 마무리가 된다면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 투수로 염소의 저주를 푸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임창용도 "올해 컵스가 우승 전력이 된다면 내게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이라면 다를 것"이라며 웃었다. 과연 임창용이 컵스의 마무리로 염소의 저주를 직접 풀 날이 올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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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사=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