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무관(58) 타격코치는 타자 육성의 달인이다.
롯데 시절 한국 최고 타자인 이대호를 키워냄과 동시에 롯데 타선도 리그 정상권에 올려놨다. 2000년대 초중반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의 도약은 제이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과 함께 이뤄졌는데 김 코치의 지도 또한 큰 부분을 차지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주장한 ‘노피어’ 정신과 김 코치가 강조하는 타석에서의 ‘적극성’은 하모니를 이뤘다. 그 결과 롯데 타선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525경기 동안 OPS .782 한 경기 평균 5.2득점으로 이 부문 리그 정상에 자리했다.
이후 김 코치는 2012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전의 롯데와 마찬가지로 긴 암흑기를 겪고 있는 LG에서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당시 김 코치는 “LG란 팀을 시작 단계부터 하나씩 올려놓고자 하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마지막 도전일 수도 있는 만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첫 해부터 마법이 발동하지는 않았다. LG는 2012시즌 팀 OPS .686 한 경기 평균 4.09점으로 타격 부문 하위권에 있었다. 특히 득점권 타율 부문에선 2할5푼3리로 한화와 공동 최하위로 처졌다. 물론 김 코치 역시 타자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김 코치는 “LG에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은 베테랑에 편중되어 있었다. 팀이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린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긴 호흡에 임할 뜻을 분명히 했었다.
어느덧 LG를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중인 김 코치는 지난 15일 LG 타자들에게 기술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아쉽다고 했다.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 간의 기량차이가 큰 것에 대해 신예 선수들이 너무 빨리 내부 경쟁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워했다.
“어린 선수들이 이미 자신의 자리를 단정지어 버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 주전 선수는 계속 주전 선수고 후보 선수는 마냥 후보 선수인 줄 안다. 그러다보니 주전 선수가 빠졌을 때 팀 전력이 확 떨어졌다. 후보 선수가 주전이 되기 위해서 치고 나가려는 욕심을 보여야하는 데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김 코치는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 외에도 타석에서 소극적인 자세가 기량 발전이 더디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 분석했다. 지나치게 투수의 공을 지켜보려하고 부상을 의식한 듯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서둘러 피하려한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투수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타석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타자가 많더라. 이대호의 경우 몸쪽 공을 극복하기 위해 왼쪽 다리를 홈플레이트 근처로 고정시켜 놓게 했다.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왼쪽 다리에 공을 맞았지만 결국 몸쪽 공을 쳤다.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선수들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강조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우리나라 타자처럼 엉덩이를 빼거나 고개를 뒤로 젖혀서 공을 피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공이 날아오면 때려낼 생각부터 해야 한다.”
김 코치는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 선수들이 아직 ‘경기용 선수’기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맹연습에 임해도 막상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나친 긴장감이 경기력에 독이 되고 있다고 봤다.
“타자 스스로 너무 머릿속이 복잡하면 될 수 있는 것도 안 된다. 막상 타석에 들어서면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이 나오면서 상대 투수에 대처하지 못하곤 했다. 즉, 경기용 선수가 많지 않았다. 상황판단이 잘 되고 투수의 운영을 읽는다면 적절한 대처법을 보여야 한다. 가량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는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기 위해 스트라이크 넣으려 한다. 근데 우리 타자들은 그런 흐름 같은 것을 잘 못 읽는다. 미리 알려줘도 대기 타석에서 타석까지 가는 사이에 잊어 먹는다. 원래 경기용 선수와 연습용 선수가 따로 있다. 연습용 선수가 경기용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명확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렇게 안타까움만 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조만간 올라설 선수들도 응시했다. 지난 시즌 김 코치는 정체성이 없었던 정의윤을 맡아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 방향을 잡아줬다. 정의윤은 지난 시즌 커리어 최고 타율인 2할8푼3리를 기록했다. 이병규(7번) 역시 부상으로 규정 타석에는 미달됐지만 3할1푼8리로 프로와서 가장 높은 타율을 올렸다. 김 코치는 정의윤과 이병규가 올해 진정한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의윤과 이병규가 기존 주전들을 밀어낼 재목이라 본다. 정의윤은 지난 시즌부터 타격의 방향성을 잡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 지금 부상이라 좀 아쉽긴 한데 마무리캠프 때는 정말 올 시즌을 기대케 했었다. 작은 이병규는 상당한 타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잦은 부상과 타석에서 수비적인 자세다. 둘만 해결된다면 정말로 기대가 된다.”
또한 김 코치는 LG 선수 중 드물게 먼저 자신에게 경기 출장을 요청한 최영진의 패기도 높게 샀다. 김 코치는 “영진이가 나를 찾아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 이런 자신감이면 충분히 실전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봤다”며 연습경기 엔트리에 들어간 이유를 말했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