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사상 최고의 전설이자 커브의 마술사로 불리는 샌디 쿠팩스(78)가 류현진(26)을 직접 지도했다. 커브의 스승을 자처했다.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을 가졌다. 타자 8명을 상대로 총 40개 공을 던졌다. 타자들은 총 13번 스윙했지만, 외야로 나간 타구는 1개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안타성 타구가 아니었다. 류현진의 피칭을 배팅케이지 뒤에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쿠팩스였다.
다저스 사상 최고의 전설로 현역 시절 강력한 패스트볼과 낙차큰 폭포수 커브가 주무기였다. 지난 18일 다저스 캠프에 합류한 쿠팩스는 최고의 전설답게 가는 길마다 팬들의 사인 공세가 끊이지 않는다. 19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영구결번된 32번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투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고, 이날 라이브피칭을 마친 류현진에게도 직접 다가가 커브를 전수했다.

쿠팩스는 직접 류현진의 손을 만져가며 커브의 그립을 가르쳐줬다. 최고의 전설이 직접 세세하게 가르쳐준 것이다. 이미 박찬호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는 쿠팩스는 이날 류현진의 피칭을 직접 지켜본 후 자신의 최고 무기였던 커브 잡는 법과 던지는 법을 가르쳐줬다. 류현진도 통역 찰리 김씨를 통해 쿠팩스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을 마친 뒤 류현진은 "쿠팩스가 직접 커브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 가르쳐줬다. 다음 불펜 피칭 때도 커브를 같이 던지며 가르쳐주겠다고 하셨다"며 "커브 그립을 잡을 때 손가락을 더 깊숙하게 잡는 게 손에서 빠질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공이 미끄러운 것과는 상관 없다. 기존에 내가 던지던 것에서 큰 차이가 없어서 배우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쿠팩스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새로운 커브를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류현진도 "처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던져봐야 알 것 같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내 방식대로 하고, 좋으면 배운 대로 하겠다"며 "쿠팩스는 다저스에서 오래 뛰지 않았지만 단기간 아주 좋은 성적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단한 기록을 남겼고, 존경스러운 분"이라는 말로 쿠팩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류현진은 고교 시절 주로 커브를 주무기로 던졌지만, 프로에 온 뒤 한화 구대성으로부터 서클체인지업을 전수받으며 커브를 감췄다. 하지만 쿠팩스가 직접 류현진의 '커스 스승'으로 나서게 됨에 따라 제3의 구종으로 가다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커브 장착 여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류현진의 인복이 참 대단하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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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