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프로축구 단장협의회에선 이천수(32)의 임의탈퇴 철회가 긍정적으로 논의됐다. 단장협의회가 전남에 징계해제를 제의했고 전남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반응했다. 고위층에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분명 이는 긍정적일 수 있다. 이천수의 복귀를 바라는 것도 그의 능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활약한 이천수는 한국선수 최초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고 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에서 한시즌을 뛰었다.
2005년 국내 복귀 후 울산, 수원에서 뛴 뒤 전남으로 이적했다. 이천수는 6월 선수단과의 불화와 코치들과의 물리적 충돌 등 돌출행위를 저지르고 전남을 무단으로 떠났다. 구단은 이천수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행을 택했다.

전남은 이천수를 임의탈퇴 선수로 규정해 전남의 승인 없이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없게 했고 그는 2011시즌까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오미야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현재는 소속되어 활동하는 팀이 없다.
이천수는 지난 시즌 전남 홈경기장을 찾아가 팬들에게 사과하고 최근엔 불화를 겪던 코치들을 방문해 머리를 숙였다. 이중계약과 무단이탈 등을 일삼고 해외로 진출했던 과오를 뉘우치는 모습에서 전남도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프로축구는 대의명분을 위해 희생한 경우가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서도 기본적으로 프로축구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다. 구단들이 희생하면서 선수 차출에 협조하고 '대의'라는 명분에 하나가 되어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천수는 지난 2009년 구단 동의 없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코칭스태프와 심한 언쟁을 벌이는 등 도를 넘은 하극상을 연출했다. 선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와 구단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존재다.
시장의 룰을 어기는 행동에 대해 몇년 지난 뒤 용서라는 이름으로 받아 들여진다면 추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선수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된 구단이 오히려 선수의 앞 길을 막는다며 가해자의 입장으로 변한다면 더이상 구단의 존재 이유는 없어지는 것과 같다.
선수의 생명을 위해서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금전적인 부분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분명 옳은 길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놓고 본다면 피해자는 분명 전남이다. 이천수 영입에 공을 들였던 감독도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었다.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제자를 감싸고 싶었지만 분명 룰을 어기고 벗어나려고 했다.
이천수의 복귀로 프로축구가 흥할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됐든 피해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이천수가 잘못했기 때문에 전남이 고민을 하는 것이지 잘해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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