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너무 조급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13년차 내야수 조중근(31)은 만나면 언제나 유쾌함을 주는 선수다. 먼저 농담을 건네고 가끔은 코치진에게 엄살도 부리며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다.
그러나 지난해 타석에서의 그는 달랐다. 시즌 초반 출장 기회를 많이 얻었으나 걱정이 더 많았다. 조중근은 "전과 달리 많이 기회가 오면서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 '여기서 못 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1할3푼7리의 아쉬운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마친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스스로 달라졌다. 조중근은 "타석에 임하는 자세 같은 마음가짐을 바꿨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걱정을 덜고 나니 아직 시즌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훈련 타석에 임하는 마음도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베테랑 송지만을 따라다니며 배운 것이 많다. 조중근은 "송지만 선배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회는 또 온다. 너무 조급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허문회 코치님과도 가끔 이야기를 하면서 타격폼을 바꾸고 새로운 걸 느끼고 있다"고 캠프 성과를 전했다.
조중근은 오재일이 지난해 두산으로 떠나면서 빈 백업 1루수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나는 주전은 아니지만 계속 1군에서 대타 같은 기회가 왔을 때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어떤 포지션이든 빈 자리를 잘 메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를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것이 2011년 7월 당한 교통사고다. 타율 3할 넘어가며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 당한 사고 이후 그 느낌이 돌아오지 않았다. 조중근은 "사고 직전의 성적이 나지 않으면 그때를 계속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사고를 잊을 수 있도록 그 전으로 돌아가겠다"고 색다른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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