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소다, 10년 전 '홈런킹' 이승엽 기억하고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2.20 07: 47

"홈런킹 이승엽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푸른 피의 사나이' 토미 라소다(86) LA 다저스 고문이 한국의 홈런왕 이승엽(37·삼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괴물 투수 류현진(26)과 대화 중 라소다 고문은 뜬금 없이 이승엽의 근황을 물었다. 여전히 그에 대한 기억이강렬했던 모양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을 치렀다. 피칭을 마친 뒤 류현진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로부터 커브 그립을 전수 받은 뒤 라소다 고문과도 만나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일찌감치 류현진에게 관심을 가져온 라소다 고문은 이날 류현진의 라이브피칭 때 3루 쪽 먼발치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류현진에게 "좋은 공을 던졌다. 앞으로 잘 하라"며 악수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의 미국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라소다 고문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라소다 고문은 류현진에게도 "한국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며 물었고, 류현진도 "인천"이라고 답했다. 
이어 뜬금없이 라소다 고문은 "한국의 1루수는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라소다 고문이 말한 한국의 1루수는 다름 아닌 이승엽. 그는 "예전에 이승엽이 계약을 위해 다저스에 온 적이 있었다. 류현진 너는 어린 애였을 때 일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2003년 이승엽이 다저스 입단을 놓고 협상할 때를 말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삼성에서 뛰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56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시즌 뒤 FA 자격을 얻었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몇몇 구단과 직접 협상을 벌였는데 그 중 한 팀이 바로 다저스였다. 이승엽은 부인 이송정씨와 다저스티다움을 방문해 라소다 고문을 직접 만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다저스와 협상이 결렬됐고, 이승엽은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목적지를 선회해야 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승엽이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맹활약하자 라소다 고문은 "이승엽을 잡지 못한 건 다저스의 큰 실수였다"며 "대구구장에서 이승엽을 볼 때부터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승엽에게 제시한 금액은 매우 낮았다"고 솔직히 인정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었다. 
"오 사다하루를 넘은 홈런킹"이라고 이승엽을 기억한 라소다 고문은 이승엽이 올해 WBC 대표팀에도 발탁됐다는 소식에 "그는 역시 좋은 타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 사랑이 남다르기로 소문난 라소다 고문은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이승엽을 데려오지 못한 것에 여전히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waw@osen.co.kr
<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