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신청에서 수료까지, 전문기록원 과정의 의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2.20 08: 08

수강기회를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았을 만큼 접수에서부터 과열양상을 보였던 베이스볼 아카데미 제3기 전문기록원과정이 지난 2월 17일, 규칙이론시험과 실기테스트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과거 2011년과 2012년의 제1기 및 2기 과정 개최 때도 신청자가 대거 몰려 수강확정자를 선별하는데 있어 애를 먹긴 했지만, 수강정원을 20% 가량 늘려 잡았음에도 경쟁률이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제3기 과정은 생활체육 전반에 걸친 기록자원의 수용욕구와 필요성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익히 알다시피 매년 열리는 3일간의 대규모 기록강습회와는 달리 전문기록원 과정은 4주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야구기록 관련 내용을 기반으로 제반 경기규칙과 마음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소양교육 등을 함께 아우르는, 일종의 심화반 성격의 강습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초보자보다는 현재 생활체육 야구계 전반에서 기록실무를 맡고 있는 활동자와 향후 그러한 역할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수강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근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야구동호회 팀들의 폭증 현상으로 인해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쩔쩔매는 모양새다.
이와 같이 신청자 소화력이 여의치 않다 보니 반복신청에도 거듭 탈락한 분들의 원성(?)이 아무래도 클 수 밖에 없는데, 오해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수강자 선별기준을 밝히자면 대략 다음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마련해 놓은 여러 기준 중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역 안배다.  위치상 수도권에 비해 소외되기 쉬운 각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전국 시도별로 빠짐없이 최소 1명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좌석을 분배하고 있다. 이는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와도 부합한다.
다음은 일선 학교 선생님이나 야구팀 또는 단체 운영자에 대한 배려다. 단지 개인 한 사람의 수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속 단체나 지역으로 돌아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2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분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역시 저변확대와 실력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전문과정 개최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번 제3기에서도 고등학교 교사를 비롯, 여러 분의 단체나 기관 운영자가 과정을 수료했다.
여기에는 성별에 따른 배분도 고려대상이다. 실제 생활체육 기록분야 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때문에 매년 참가자의 30~40% 가량이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아울러 초지일관 3년 연속 신청서를 접수하신 분들에게도 수강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연속해서 신청해주신 성의도 성의지만, 자칫 야구 자체에 실망을 느낄까 염려(?)되는 대목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록강습회를 이미 수강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연령대 별로도 가급적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선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대 최고령자는 제2기 때의 60세 남자분이었고, 최연소자는 제3기의 19세 의학도였다.
특히 이번 19세의 의학도 남학생은 과정 내내 끊임없는 질문과 의견들을 토해내며 공식기록원들을 무척 괴롭혔는데(?), 그 때문인지 테스트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 한번에 공식기록능력 1급 인증서를 취득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참고로 1급과 2급으로 나뉘어 있는 인증서 취득은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넘어서야만 따낼 수 있는 것으로, 총 3차례의 전문기록원 과정을 통해 1급 인증 취득에 성공한 수강자는 모두 8명이었다. 한편 1급 보다는 성적이 낮지만 일선 생활체육 야구경기의 공식기록을 맡겨도 좋을 만큼, 기본이 갖춰진 것으로 인정할 만한 2급 인증을 따낸 사람은 매년 10명 내외. 수강자 대비 비율로 따지자면 매년 수료자의 15~20% 정도가 인증서를 받는 셈이다.
이처럼 인증까지 가는 길이 멀다 보니 기수료자로서 다시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수료에 그쳤던 분들은 2급을, 2급에 안착한 분들은 1급을 목표로 시즌 내내 야구공부에 열심이다. 즉 과정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기록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전문기록원 과정이 값진 진짜 이유는 인증서와 같은 제도적인 부분이 아니다. 인증서의 유무 따위로 판단할 수 없는, 야구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한 자리에 모여 관심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부분이다. 또한 취미차원을 넘어 야구계 곳곳에 직업인으로 뿌리를 내린 과정 수료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기록강습회가 가로적인 저변확대의 목적을 갖고 있다면, 전문기록원 과정은 뿌리를 아래로 깊이 내리기 위한 세로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돌려 말할 수 있겠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기록원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역량 있는 생활체육계의 일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만큼 야구계 전반의 수준향상은 물론, 야구가 굳건한 거목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기름진 거름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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