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남자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2.20 09: 06

[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남자들은 뭔가 어설프다. 본인의 분야에선 어느 정도 인정받는 남자들도 그들의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행동이 어리바리해지고 어설퍼진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가끔은 안타깝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 그리고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는 모두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담백하게 풀어낸 이 남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건 왜일까?
결핍된 남자들의 이야기

 는 배우 이선균이 호스트가 되어 주변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겪는 내용들을 다큐처럼 풀어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이선균을, 최근 5~6년간 배우로서 굉장히 성공적인 길을 걸었던 이선균을 춥고 험한 강원도의 산길을 걷게 한 건 방송을 통해 고백한 것처럼 ‘사라진 행복감’이다.
이선균이 배우로서 성공하며 앞서 걷는 사이 그만큼 벌어진 그 시절 같은 꿈을 꾸고 함께 걷던 친구들과 거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배우 이선균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그 옛날 자신이 뜨거웠을 때 함께 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과 걸음을 맞춰 걷는 이선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의 이야기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따뜻하다. 가족을 돌보고 지키기 위해 본인의 일을 하지만 정작 그런 가족과는 거리가 생겨버린 아빠. 그런 아빠들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는 과정의 이야기다. 그래서 여행이 거듭될수록 풍성해지는 이야기가 바로 아빠와 자녀들과의 돈독해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을 통해 아빠로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빠들의 모습은 잔잔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남기기도 한다. 바로 우리 부모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핍이 익숙한 남자들의 이야기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MBC의 는 혼자 사는 남자들의 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재미를 보여줬다. 예능의 재미를 위한 특별한 장치도 없다. 그저 집에서 텔레비젼을 보거나 청소를 하거나 밥을 시켜먹는 등 아주 일상적인 모습들이다. 그런데 이런 연예인들의 일상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일상과 닿아 있다. 바로 여기에서 독특한 재미가 생긴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고 친구의 이야기이고 때론 내 이야기와 닮아 있는 그들의 모습에 ‘맞아맞아~’ 하며 공감하고 재밌다가도 너무나 닮아 있어서 슬퍼지기도 한다.
 , 그리고 에서 남자들의 모습들은 뭔가 어설프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의도치 않게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공감한다.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재미를 주진 않지만 잔잔하지만 공감가는 웃음을 전하는 어리바리한 남자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방송작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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