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 21일 개봉)는 '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 할까?'로 가장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톱스타들을 내세운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근래 쏟아졌지만, 이 남자배우들의 조합만큼 거대한 화학작용을 기대케 하는 작품도 드물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인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남자들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의 드라마를 그려낸 작품.
언론시사 후 반응 역시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이라는 세 남자들의 연기가 가장 화제다. 각기 영화 안에서 조금씩 제 역할을 담당하는 일반 멀티 캐스팅과는 다르게 '신세계'는 세 남자배우들이 정확한 정삼각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더하고 덜할 것도 없이 팽팽한 느낌이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그 세력을 점점 확장하자 윗선의 명을 받고 그 그룹에 잠입하게 되는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은 끊임없이 자신을 스파이로 보낸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과 자신을 친동생처럼 사랑하는 조직의 2인자 정청(황정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이는 보는 사람의 심장을 죄어온다.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경찰의 의무에 충실하나 때로는 악인처럼 자성의 목을 죄며 자성과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고, 다른 한 꼭지점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고향 여수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자성에게 더욱 강한 신뢰를 보내는 정 청(황정민)이 있다. 정청은 표면적으로는 악인인 조폭이나 사람 냄새 나는 면모 때문에 관객들을 가장 감정이입시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악인도 선인도 아니다. '신세계'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세 사람은 끊임없이 부딪히고 사랑한다. 그렇기에 남자들의 범죄느와르라는 장르 속 멜로드라마적 감수성 역시 살아있다. 그리고 이는 세 배우의 탄탄한 밀고 당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정재, (최)민식이 형, 저, 다들 각자 맡은 역할들에 정말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내 역할은 누가 하든 튀는 역할이었다. 정재가 팔딱 거리는 민식이 형과 제 사이에서 정말 잘 해줬다. 정말 그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 정재가 있기에 정청이 있을 수 있는 거다. 배우들의 정확한 삼각형 구도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내 목표는 관객들의 머리 속에 정청이 남아있더라도 자성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게 만드는 거였다. 그게 정청의 목표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위 한 '기' 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에너지가 마찰하고 융합된다. '내 것만 하자'란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연기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며, 누구하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포지션을 꿰차고 상대방의 빈 구석을 채워줘 앙상블을 이뤄낸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는 영화보는 맛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비스듬한 사각형을 이룰만 한 또 한 명의 인물인 제 4의 주연 배우 박성웅도 있다. 그는 영화 속 골드문 1인자 자리를 놓고 정청과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이는 이중구 역을 맡았다. 이 세 배우와 연기톤이 조금은 다른 박성웅의 새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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