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가득한 범죄·액션 영화 세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첫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와 최민식·황정민·이정재의 범죄 느와르 '신세계', 독특한 시나리오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던 영화 '분노의 윤리학'이 그 주인공들.
지난달 29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액션 영화 '베를린'과 지난 6일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의 흥행 대결이 1차전이라 할 수 있다면 오는 21일 동시에 개봉하는 세 영화의 대결은 2차전으로 명명할 수 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라스트 스탠드'(감독 김지운)는 헬기보다 빠른 슈퍼카를 타고 돌진하는 마약왕과 아무도 막지 못한 그를 막아내야 하는 작은 국경마을 보안관 사이에 벌어지는 생애 최악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할리우드 액션 영웅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10년만에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철통같기만 했던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인간미 넘치는 노쇠한 영웅으로 재조명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시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하이드&시크'의 촬영장을 방문해 "'라스트 스탠드'가 내가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영화 중 하나"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변신과 할리우드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김지운 감독 특유의 유머를 보는 것이 '라스트 스탠드'의 관전 포인트다.
이름만 들어도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배우들이 힘을 합한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는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경찰과 그런 그를 오른팔로 여기는 조직의 실세,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형사 과장 세 남자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이들 사이의 팽팽한 두뇌 싸움이 긴장감을 자아내며 스릴감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또한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의 각본가 출신으로 범죄물과 스릴러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던 만큼 이번 영화에서의 활약도 기대감을 자아낸다.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은 미모의 여대생 살인사건에 나쁜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그리고 제일 나쁜 여자가 얽히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그려낸 이야기다. '신세계'에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있다면 '분노의 윤리학'에는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대세 연기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영화다. 이제훈, 조진웅, 곽도원, 김태훈 등의 개성있는 연기와 홍일점 문소리의 절묘한 앙상블이 눈길을 끈다.
또한 연극적인 요소들과 영화 곳곳에 묻어나는 블랙코미디가 재미를 자아내며 생각해 볼만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주제의식도 돋보인다. 김지운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박명랑 감독이 데뷔작인 이 영화로 옛 스승과 같은 날 개봉해 대결을 펼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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