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성준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보다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의 문비서로 더 익숙하다. 실제로 만나본 최성준은 드라마 속 문비서의 발랄함과 서울대 출신 엘리트의 지적인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반전매력남’이었다.
‘청담동 앨리스’의 문비서, 최성준은 극을 스토리를 유연하게 이끌어나가는 윤활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코믹함을 극대화시켰고, 주인공 남녀를 제외하고 유일한 러브라인 주인공으로도 활약했다. 어린 나이에 광고 모델로 데뷔했지만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최성준은 이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덩달아 저까지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문비서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

“처음 받았던 시놉시스에서 문비서는 40대 초반의 전형적인 아저씨였다. 그저 주인공의 사랑을 응원하는 묻힐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이후에 젊은 배역으로 바뀌고 캐스팅이 됐다. 멋있는 척 하는 게 아니라 망가지는 캐릭터여서 좋았고 그래서 정말 열심히 임했다.”
-감초 역할이라는 것이 사실 묻힐 수도 있는 캐릭터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것 같다
“처음엔 웃음 포인트를 잘 몰랐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러다 점점 만들어나갔다. 손동작부터 시선 처리 하나까지 신경 썼다. 모니터링을 한 뒤 아쉬운 점이 있으면 다음 회에 수정보완하려고 노력했다.”
-문비서는 밝고 활발한 인물이다. 실제 성격도 그런가?
“본래는 굉장히 조용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문비서화’ 됐다. 숫기가 없어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밖에서 봐도 먼저 인사 하거나 그러지 못 하는데 이제는 먼저 가서 악수를 청한다.”
-극중 신소율과 러브라인의 중간과정이 빠진 것 같다
“서브 스토리다 보니 표현을 못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있으면 재밌지만 없어도 큰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 중간 중간 깨알처럼 표현을 하긴 했다. 사실 이야기 전개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생뚱맞게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다.”
-신소율과는 실제로 친하나?
“사실 실제로는 별로 안 친하다. 종방연에도 소율 씨가 스케줄이 있어서 못 왔다. 그 때 우스갯소리로 ‘내 여친 어디 갔냐’고 말했다. 소율 씨와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눴다. 우리 커플은 아직 진행 중이다.(웃음)”

-드라마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았고 사실 중반부에 들어서 스토리가 쳐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처음엔 전개가 스피디하게 돌아갔는데 많은 걸 표현하려다 보니 늘어지는 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13회부터는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 됐다. 사실 14부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죽여버린다’고까지 말하는 대본을 보고 배우들도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잘 정리가 된 것 같다.”
-배우가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청담동 앨리스’를 평가한다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지에 대해 잘 보여준 것 같다. 여타의 드라마들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은 돈에 관심이 없다. 극중 빚도 있고 어려운 가정환경을 가진 세경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고 세경은 돈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그게 우리가 사는 삶인 것 같고 이 드라마는 현실에 충실한 거다. 세경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응원하는 편이다.”
-88만원 세대를 주제로 한 독특한 드라마다
“평소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작품을 보면서 많은 걸 공감했고 젊은 청년들이나 기성세대들이 보고 느낄만한 주제들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취업인데 너무 기회가 없다. 취업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서울대 이미지가 강하다. 손해 보지는 않을 것 같다
“부담스럽다. 대학에서의 전공(체육교육학과)과 배우는 다른 길이니까 그 쪽으로는 안 봐주셨으면 좋겠다. 손해 보는 건 아니지만 그걸로 득을 본 적도 없다. 서울대를 나온 건 너무 자랑스럽지만 그 타이틀이 따라다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 정말 잘 했나보다. 어쩌다 배우의 길을 택하게 된 건가?
“중학교 때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많이 당했다. 10대 때에는 공부만 했지만 대학에 간 후부터는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인생이 순탄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웃음)”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SBS ‘드라마의 제왕’의 강현민 캐릭터가 탐난다. 그동안 (최)시원이가 굉장히 멋있는 역을 했었는데 이번에 풀어진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코믹 연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편하게 할 거 같기도 하다. 강현민을 보려고 ‘드라마의 제왕’을 챙겨봤다.”
-연기자 최성준의 최종 목표는?
“다양한 모습을 많이 선보여서 최성준이라고 하면 시청자들이 많은 캐릭터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한다. 그러려면 연기 내공이 많이 필요할 거다. 많은 작품을 경험하고 다양한 캐릭터, 어려운 캐릭터를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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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