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미친감독 이재용의 리얼하고 엉뚱한 얘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2.20 18: 24

이재용 감독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는 리얼함과 엉뚱함 그 자체였다.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의 생생한 반응을 담는 것에 충실했기에 신선함을 선사한 건 분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감독을 비롯해 출연배우들이 불안해하고 궁금해했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이하 뒷담화)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뒷담화’는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원격 연출 영화를 찍겠다며 홀연히 할리우드로 떠나버린 괴짜 감독 이재용과 대혼란에 빠진 배우들의 모습을 리얼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

이 영화는 이재용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단편영화를 찍는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중 자료조사, 참고영화 조사 등을 모두 인터넷으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원격연출’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단편영화 ‘십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 또한 감독이 원격연출을 한다는 설정으로 찍었고 이재용 감독 또한 ‘뒷담화’를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 영화에는 하정우, 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오정세, 김민희, 김옥빈, 류덕환, 이하늬, 김남진, 최화정, 정은채, 이솜, 김기방, 그리고 가수 김C 등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모여 이 독특한 영화에 참여했다.
이재용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여배우들’과 같이 ‘뒷담화’에도 실제 상황 같은 설정들을 몇 가지 집어넣었다. 감독 말에 따르면 ‘뒷담화’에는 ‘여배우들’에 비해 영화적 설정을 거의 심어놓지 않았다. 배우들을 방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배우들은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돌발상황에 대한 리얼한 표정과 행동을 보여준다.
웹캠 또는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되는 곳에서는 전화로만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링 하고 ‘OK’ 사인이나 ‘다시’를 외친다. 이재용 감독은 최화정의 대사를 전화로만 듣고 다양한 톤을 요구, 대사 한 마디를 40여 번이나 한 최화정이 민망해하고 끝내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작품에서 애드리브를 잘 구사하는 오정세는 단편영화에서 애드리브를 하다가 이재용 감독에게 계속해서 지적당하자 웹캠을 벗어나 짓는 표정은 압권이다.
특히 윤여정은 ‘뒷담화’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재용 감독에 대해 실제로 뒷담화를 하며 영화의 재미를 한껏 올려놓는다. 감독이 없는 촬영 현장을 처음 대면하는 윤여정은 노트북을 통해 디렉팅을 하는 이재용 감독을 향해 “화면 꺼! 꼴 보기 싫어”라고 독설을 뿜으며 감독을 진땀 흘리게 한다.
배우들의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뒷담화’는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될 만큼 전무후무한 시도를 한 영화다. ‘독특’, ‘엉뚱’, ‘색다른’, ‘실험적’, ‘파격’, ‘과감’ 등 평범한 것 이외의 표현을 모두 갖다 붙여도 될 정도로 기존 영화 문법을 뒤엎는 파격적인 발상과 다양한 장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연출이 배우들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예측할 수 없이 전개되는 과감한 내러티브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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