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31)는 언어의 천재였다. 한국생활 3년 만에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국어를 섭렵한 사도스키는 한자까지 손을 댔다. 한 번은 기자에게 인쇄를 해 와서 "계륵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어 오기도 했다. 언어에 대한 감각과 본인의 노력이 더해진 사도스키는 야구계에서 언어의 천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대표팀에 또 한 명의 언어의 천재(?)가 등장했으니 바로 정근우(31)다. 타이완 도류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숙훈련을 받고 있는 정근우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제는 중고참이 됐지만 고된 훈련에도 그라운드에서 엉뚱한 소리로 동료들을 웃기기도 한다.

최근 정근우는 훈련 중 외국어를 큰 소리로 외친다. 며칠 전까지는 계속 일본어로 말했다. 구사할 수 있는 어휘는 몇 가지 안 되지만 "스미마셍(죄송합니다), 도조(여기 있습니다)" 등의 짧은 말을 끊임없이 외쳤다. 정근우의 엉터리 일본어에 3루를 지키던 최정만 연신 폭소가 터졌다.
19일 훈련에서는 구사하는 언어를 바꿨으니 바로 중국어다. 훈련 도중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섞어 "따꺼, 따꺼(형님)"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라운드에서 들렸다. 대만 현지 구장관리인이 훈련 중에 그라운드에 들어왔나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정근우였다. 구사하는 어휘는 많지 않아도 중국어 특유의 어조는 완벽했다. 역시 최정은 옆에서 웃고 있었다.
더그아웃에 돌아오던 정근우는 취재진을 보자 "6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근우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라고 말하며 할 줄 아는 언어를 손가락으로 꼽더니 갑자기 "도미니카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정근우는 "세뇨리따(스페인어로 아가씨), 올라!"라고 외치며 도미니카어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스페인어를 국어로 쓴다.
정근우에게 "정말 중국인이 말하는 줄 알았다"고 말을 건네자 재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굴보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래서 우리나라는 외모 지상주의가 문제라니까." 항상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정근우다.
cleanupp@osen.co.kr
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