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웬만큼 서로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때 아닌 첩보논란에 휩싸였다. 시발점은 18일 타이완 도류구장에서 열린 대표팀과 NC의 평가전이었다. 이날 경기는 류중일(50) 감독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대만 전력분석 요원들은 약속을 어기고 심판들과 함께 들어와 심판실에서 에이스 윤석민의 투구를 몰래 지켜봤다.
이를 수상히 여긴 KBO 직원은 심판실에 들어가서 확인하고자 했으나 안에서 잠궜고, 한참 뒤 물건을 숨긴 전력분석요원이 문을 열어줬다. 결국 초시계와 전력분석 자료를 발견해 KBO 측은 강력 항의했고 그들은 경기장을 떠났다.

그 문제의 파장은 19일까지 이어졌다. 결국 대만프로야구(CPBL)측이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혀온 것.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 4개국 사무총장회의 자리에서 CPBL 왕후이민 사무총장은 KBO 양해영 사무총장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대만 대표팀에서 시킨 것이 아니라 전력분석원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며, 이들에 대한 자체징계를 약속했다.
이미 류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그렇지만 대만 야구측의 텃세는 알게 모르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의 1라운드 공식 연습경기 상대로 대만 실업 올스타, 군인 올스타 팀이 정해졌는데 이것도 대만 야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WBC 조직위에서는 대만 측에 프로팀을 섭외해 주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아마추어 팀과 평가전 일정을 잡아놓은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국가대표 팀을 이끌며 '국민 감독'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김인식(66) 기술위원장은 "대만 쪽에서 몰래 전력분석을 해 간걸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이 서로의 자료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전력분석을 추가로 하는 것이 크게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이 왜 굳이 그렇게 전력분석을 무리해서 해 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고개를 갸웃거린 김 위원장은 "이쯤 되면 대만이나 우리나 서로 웬만큼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력분석은 한국과 대만, 일본이 동등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금 전력분석 해 간것을 크게 의식할 필요 없다.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전력분석 자료를 모든 선수가 숙지하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수나 투수 정도가 신경써서 (상대 전력분석을) 머리에 담고 있으면 된다. 대신 코칭스태프는 전력분석 자료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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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