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뭔가 불만스러운듯 소리를 냈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 중이었다. 류현진은 두 차례 정도 원바운드되는 공을 던졌는데 다름 아닌 커브였다. 류현진은 2차례 불펜피칭과 1차례 라이브피칭 때마다 "직구와 체인지업은 만족스럽지만 커브가 아직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커브가 마음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은 데에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영향이 없지 않다. 실밥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안 쪽으로 들어가있는 데다 전반적으로 공이 미끄럽기 때문이다. 공을 제대로 채지 않으면 원하는 곳으로 제구하기가 어렵다. 류현진이 피칭 때마다 "커브 각이 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

하지만 이날 라이브피칭을 마친 뒤 류현진은 다저스의 전설이자 커브의 마술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샌디 쿠팩스로부터 직접 커브를 전수받았다. 류현진은 통역 찰리 김씨를 통해 쿠팩스로부터 커브 그립 잡는 방법을 진지하게 들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커브도 나쁘지 않다. 쿠팩스가 보고 있었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시절에만 하더라도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였다. 지금의 주무기가 된 서클체인지업은 한화에 입단하기 전까지 류현진과 크게 동떨어진 구종이었다. 하지만 한화 입단 후 대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서클체인지업을 전수받아 자신의 그립에 맞게 빠르게 특화시키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구로 만들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커브를 전혀 던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국내에서 종종 커브를 타자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구사했다. 특히 초구에 갑작스럽게 느린 커브를 던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카운트를 잡았다. 2011년에는 커브 구사 비율이 10.0%였지만, 지난해에는 13.3%로 늘어났다. 비율만 따지면 슬라이더보다 높았고, 패스트볼-체인지업에 이은 제3의 구종으로 활용됐다.
류현진은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잘 던지는 박찬호가 한화에 입단한 뒤에도 "원래 던지는 구종에 크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대세가 되고 있는 구종이지만 자칫 자신만의 리듬과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커브는 원래 던지는 공이었고, 조금 더 가다듬는다면 훨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커브는 체인지업에 비해 속도가 느린 대신 떨어지는 각이 크다. 타자의 리듬과 타이밍을 빼앗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다만 제구가 되지 않을 경우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도 갖고 있다. 류현진이 라이브피칭을 마친 뒤 "커브가 높게 뜨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쿠팩스의 등장은 류현진에게 큰 호재다. 쿠팩스는 류현진에게 "커브 그립을 잡을 때 손가락을 더 깊숙하게 잡아야 한다. 그래야 손에서 공이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조언했다. 류현진은 "처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배워봐야 알 것 같다. 일단 해보고 안 된다면 내 방식대로 하고, 좋으면 그대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쿠팩스는 "다음 불펜피칭 때는 커브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 앞으로도 같이 해보자"며 류현진에게 계속된 지도를 약속했다. 과연 쿠팩스표 커브가 류현진의 서드피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류현진은 "원래 내가 던지던 방법과 가르쳐준 방법에 큰 차이가 없다"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커브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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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