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을 꿈꾸는 한국과 일본의 최종명단이 발표됐다. 목표야 같지만 전력 구성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힌 측면이 강하다. 한국이 타선이라면 일본은 마운드다.
한국과 일본은 20일 오는 3월 열릴 제3회 WBC 최종명단을 나란히 제출했다. 이미 선수가 7명이나 교체된 한국은 대만 전지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28명의 이름을 그대로 올렸다. 33명의 예비 선수로 캠프를 진행했던 일본도 아사오 다쿠야(주니치), 무라타 슈이치(요미우리) 등 핵심 선수를 비롯해 5명을 제외한 채 28명을 추렸다.
양국 모두 확실히 100% 전력은 아니다. 한국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투·타의 핵심 선수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가 일찌감치 제외됐다. 여기에 김광현(SK) 봉중근(LG) 등 그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몇몇 선수들도 부상으로 빠졌다. MLB에서 뛰고 있는 선수 전원이 불참을 선언한 일본도 국내파로만 대표팀을 꾸렸다. 마무리 후보 중 하나였던 아사오와 중심타자인 무라타의 이탈 역시 일본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양국의 전력은 단연 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 조금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주축 투수들의 이탈로 고민을 가지고 있다. 2회 대회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 진검승부에 투입할 만한 에이스 자원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흘려듣기 어렵다. 대거 승선한 새로운 피 또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대신 타선에는 자신감이 있다.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등이 중심타선에서 버티는 한국은 역대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최정(SK) 강정호(넥센) 강민호(롯데) 등 하위 타선을 이룰 선수들도 펀치력이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틈이 없는 라인업의 구성이 가능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마운드 정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내심 활발한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시선은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일본은 20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도 타자들이 저조한 컨디션을 이어갔다. 지난 두 차례의 대회에서 기동력과 세밀한 야구가 빛을 발하며 우승까지 내달린 일본의 고민이 컸다. 일본 언론도 “야마모토 고지 감독이 투수력 중심의 팀을 만들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최정상급 기동력을 자랑하는 오시마 요헤이(주니치)와 히지리사와 료(라쿠텐)가 빠진 것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일본은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등 투수들이 실점을 최대한 억제한 뒤 번트 등 착실한 진루타로 점수를 최대한 짜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 내야수 이바타 히로카즈(주니치)는 “홈런이나 연타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1점씩 쌓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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