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에서 2013년 시즌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단연 우완 투수 이재학(22)이다. 이재학은 지난해 2군에서 15승을 일구어내며 3명의 외국인 선발투수의 뒤를 이어 4선발 자리에 일찌감치 낙점됐다. 하지만 1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재학이 자신의 잠재력을 1군무대에서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학은 최근 팀의 전지훈련지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실전이 아닌 상황에서의 일이다. 실전과 실전이 아닌 경기에서의 심리적 압박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실제 경기에서 충분히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는 경우들은 대개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실전과 실전이 아닌 상황은 관중의 수, 동료선수 및 다른 팀 선수들의 마음자세, 감독의 전략, 경기장 시설 및 도구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한가지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선수 자신이다. 압박감이 가중되는 1군 경기에 나서는 선수 자신은 2군 경기에 나갔던 자신과 다른 사람이 아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가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만든다.

연습 때와는, 시범경기들과는, 또 2군 경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경쟁과 압박이 가중되는 1군 경기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을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고, 매우 경쟁적인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 시즌 새로운 얼굴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재학이 올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생겼다.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 기회를 자신의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힘이 이미 선수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을 신뢰하고, 스스로가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비록 여러 사람들이 이재학이 좋은 활약을 해줄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킬지 보다, 내가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 집중한다면 선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성장할 것이고, 자신을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