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선입견을 극복하라.
'추추트레인' 신시내티 레즈 외야수 추신수(31)에게 2013년은 선입견과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떠나 신시내티에 새둥지를 튼 추신수는 거대한 변화들과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선입견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 추신수는 중견수로 어렵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중견수 수비 전환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588경기를 우익수로 뛰었다. 중견수는 단 10경기 뿐이다. 하지만 신시내티 월트 자케티 단장은 "지난해부터 우리는 추신수를 데려오고 싶었다.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 시절 중견수를 경험했고, 충분히 중견수로 뛸 만한 신체 능력도 갖췄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1969년 이후 300경기 이상 코너 외야수로 뛰며 중견수로는 10경기 이하 나온 선수는 1984년 몬트리올 팀 레인스 단 1명뿐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결정이다. 대다수 언론들이 '추신수의 중견수 변신은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추신수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당연하다. 신시내티가 1위를 한 좋은 팀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닌가 싶다. 팀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되든 안 되든 해봐야 한다. 후회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주변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 아직 뚜껑도 열리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평가는 너무 이르다. 개의치않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도 "경기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추신수를 빼는 일은 없다"고 공언했다. 추신수가 중견수로 자리를 잡으면 메이저리그 최초로 서른살 이후 코너 외야수에서 중견수로 변신한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 추신수는 좌완 투수에게 약하다?
추신수의 또 다른 화두는 좌완 투수 공략 여부다. 지난해 그는 우완 투수에게 392타수 128안타로 타율 3할2푼7리를 쳤지만 좌완 투수에게는 206타수 41안타로 타율이 1할9푼9리밖에 되지 않았다. 추신수는 "내가 원래 왼손잡이 투수들에게 약한 게 아니다. 하지만 몸에 맞는 볼 이후 약해졌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정신과에서 심리 치료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추신수는 지난 2011년 조나단 산체스로부터 몸에 맞는 볼로 손가락이 골절됐고, 지난해에도 개막전부터 유독 좌완 투수들로부터 머리 쪽으로 향하는 위협구에 시달리며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1년만 부진했는데도 '추신수는 좌완 투수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추신수는 "원래 난 좌완 투수에게 3할 이상으로 아주 잘친 건 아니지만 평균 이상은 때렸다. 주위에서 자꾸 좌완 투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부터 못 쳤다면 신경 쓰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생각하는 차이다. 올해는 예전처럼 잘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추신수의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은 2009년(0.275)·2010년(0.264)·2011년(0.269) 모두 2할6푼대 이상으로 평균 수준은 됐다. 몸쪽 위협구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만 벗어던진다면 추신수의 좌완 투수 공략은 일시적인 문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추신수는 1번타자감이 아니다?
신시내티는 추신수를 1번타자로 활용하기 데려왔다. 볼을 많이 고르고, 최대한 많이 출루해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게 전통적인 1번타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다르다. 그는 지난해 클리블랜드에서 99경기를 1번 타순에서 나오며 타율 3할1푼과 출루율 3할8푼9리를 기록했다. 1번타자이지만 홈런 12개를 터뜨렸고, 삼진도 99개를 당했다. 초구 공략도 61차례 되는 등 거침없이 공격적인 타격을 펼쳤다. 2009~2011년에는 주로 3번 타순을 맡았기 때문에 이 같은 추신수의 타격 스타일이 1번타자감이 아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추신수는 전통의 1번타자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한다.
그는 "클리블랜드 시절에도 그랬지만 1번이든 3번이든 타순에 관계없이 좋은 공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쳤다. 신시내티에서도 마찬가지다. 1번타자라고 해서 꼭 출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면 오히려 더 서두르고 급해진다. 어느 타순에서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잘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지난해 타석당 투구수가 4.1개로 규정타석 채운 타자 143명 중에서 18위에 해당할 정도로 볼 고르는 능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공격적인 1번타자로 공격의 포문을 열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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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굿이어=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