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출 거부일까 단순한 몽니일까.
21일 타이완 도류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NC 다이노스와 쿠바 WBC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취소됐다.
오후 3시(이하 한국시간)에 벌어질 예정이던 두 팀의 경기가 취소된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 중 쓰일 사용구 문제였다. NC는 측은 "타이완으로 건너오기 전 쿠바와 평가전 일정을 잡으면서 경기 중 각자의 공을 쓰자고 합의를 했는데 쿠바 측에서 경기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자신들이 가져 온 3가지 공 가운데 하나를 쓰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쿠바가 쓰자고 한 공은 WBC 공인구도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경기를 거부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행동이었다. NC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이유로 당연히 계속 거절을 했고 결국 쿠바 측에서 먼저 '그러면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취소됐다.
NC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보현 매니저는 상기된 얼굴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일부러 경기를 안 하겠다는 것 밖에 안 되느냐"고 말했다. 경기 중 사용할 공에 대해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쿠바는 갑자기 억지를 부린 셈이다.
쿠바의 연습경기가 취소된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일 예정됐던 호주 WBC 대표팀과 경기도 쿠바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분석을 위해 도류구장을 찾은 김인식(66) 기술위원장은 "의도적으로 쿠바가 경기를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위원장은 "쿠바가 18일 대만에 지고(5-6,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패) 나서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전했다. 쿠바 대표팀과 같은 숙소를 쓰는 김 위원장은 "대만전 지고 나서 이튿날 아침에 쿠바 선수들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전날 밀어내기 볼넷을 준 투수가 혼자 구석에서 밥을 먹더라. 평소에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는데 뭔가 분위기 자체가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보통 부상자가 있으면 상대 팀에 양해를 구하고 연습경기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계까지 잡혀 있는데 이렇게 취소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쿠바는 대만전 패배 이후 두 경기 연속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취소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취소시키는 이유는 전력노출 방지 일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통상 연습경기는 대전료가 오가지 않는데 한 관계자는 "혹시 대전료 문제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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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