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가 2013 소방수로 낙점을 받았다. 오키나와 실전리그 3경기에서 각각 9회 등판해 적응에 돌입했다. 아직 작년시즌 한창때의 150km대 중반의 볼은 던지지 않지만 순조롭게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선 감독은 작년 캠프에서도 내심 소방수로 점찍었던 한기주와 김진우가 부상으로 개점휴업하자 앤서니를 소방수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개막후에는 앤서니를 선발로 기용했다. 그때까지는 구위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앤서니는 11승을 따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선 감독은 시즌 막판 한화와의 경기에 앤서니를 소방수로 깜짝 기용했다. 일종의 테스트였다. 앤서니는 갑작스러운 소방수 등판에 심적인 부담을 느꼈는지 부진했다. 실제로 "소방수는 힘들겠다"는 속내까지 표현했다. 선 감독은 "주자가 있으면 흔들리는 면이 있다"면서 소방수 카드를 접었다.

그러나 애리조나 캠프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선 감독은 "따로 불러 면담을 했는데 순순히 소방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위 뿐만 아니라 퀵모션이나 견제, 수비도 좋다. 그래서 앤서니를 소방수로 생각하게 됐다"고 낙점 이유를 밝혔다.
앤서니는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선감독은 "시즌도중 선발투수를 하다 갑자기 마무리로 등판하는게 아니다. 캠프부터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적응하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한 번 소방수를 시켰으면 1년 내내 고정시키겠다"면서 기대감과 신뢰를 보냈다.
그렇다면 왜 김진우을 낙점하지 않았을까. 우선 재활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소방수를 빨리 정해 미리 준비시키는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김진우는 현재 오키나와 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면서 서서히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하나는 코치진의 판단이었다. 선 감독은 "작년 구위를 본다면 김진우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코치진과 하나마스 트레이닝 코치도 몸 상태가 마무리 보다는 중간에 쉴 수 있는 선발에 적합하다는 권고를 했다. 그래서 앤서니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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