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체력은 살렸지만 분위기는 못살린 스완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2.22 06: 59

스완지 시티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급격하게 다운되어 있다. 즐거움이 가득한 축제가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축제를 앞두고 0-5 대패라는 참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스완지 시티는 리버풀로 원정을 떠났다. 큰 비중은 없었다. 모든 초점은 25일 열리는 브래드퍼드 시티와의 캐피털 원 컵(리그컵) 결승전에 맞춰져 있었다. 101년 스완지 시티의 역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이 눈 앞에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미구엘 미추를 비롯해 기성용, 웨인 라우틀리지, 애슐리 윌리엄스, 앙헬 랑헬 등 주축 선수들을 선발 명단서 대거 제외했다. 대신 그 자리를 이타이 셰크터, 롤란드 라마, 케미 아구스틴, 카일 바틀리, 드와이트 티엔달리가 채웠다. 명백한 1.5군의 기용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보전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라우드럽 감독은 리버풀과 경기 직후 인상을 찌푸렸다. 0-5라는 엄청난 대패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내용도 엉망이었다. 스완지 시티는 경기 내내 리버풀에 압도 당했다. 스완지 시티의 슈팅은 단 3개에 그쳤다. 반면 리버풀은 스완지 시티를 농락하며 34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2~3분 마다 슈팅을 했다는 사실은 리버풀의 일방적인 경기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때문에 라우드럽 감독은 경기 직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악몽 같은 경기였다. 최악의 경우 0-7, 0-8까지 질 수 있었다"며 고개를 저어댔다.

물론 10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앞두고 벌어진 만큼 라우드럽의 선수 기용 실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분위기 만큼은 어쩔 수 없다. 잊을 수 없는 끔찍한 대패였다. 지난 2002년 4월 13일 열린 리그 투(4부리그) 하틀풀 유나이티드(현 3부리그)와 원정경기서 당한 1-7 패배 이후 약 11년만에 나온 5골차 패배 기록이다. 지난 10일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전에서의 4-1 대승 이후 한껏 끌어 올리려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브래드퍼드 시티도 좋은 건 아니다. 브래드퍼드 시티는 이번 시즌 리그 투(4부리그)서 24개 팀 중 11위에 머문 그저 그런 팀이다. 지난 17일에 열린 AFC 윔블던과 경기서도 1-2로 패배했다. 하지만 입장이 다르다. 브래드퍼드 시티는 확실한 도전자로서 패배에도 부담이 없는 정말로 결승전을 축제로 즐길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4부리그의 팀이 1부리그의 스완지 시티에 패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필 파킨슨 브래드퍼드 시티 감독은 "꿈의 나라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즐거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브래드퍼드 시티의 행보는 '칼레의 기적'과 비교된다. 프랑스에서 4부리그 팀인 칼레가 2000년 프랑스 FA컵에서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을 기록한 상황과 같기 때문이다. 즉 잃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미 브래드퍼드 시티는 1부리그의 위건과 아스날, 아스톤 빌라 등 자신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팀들을 줄줄이 떨어트리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객관적인 전력의 비교에서 월등한 스완지 시티는 두 가지 상황이 좋지 않다. 반드시 이겨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리버풀전 대패로 침체되어 있는 팀 분위기다. 즐겁게 결승전을 임하고, 스완지 시티와 같은 1부리그의 팀들을 꺾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브래드퍼드 시티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완지 시티가 브래드퍼드 시티에 패배라도 하는 날에는 리버풀전 대패의 책임까지 다시 물을 수도 있다. 지금은 체력 안배라는 이유로 이해를 하려 하지만, 리버풀전과 브래드퍼드 시티전 사이에 7일이라는 적지 않은 휴식기가 있었음에도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완지 시티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최상의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몸상태 만큼이나 선수들의 정신력과 분위기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분위기와 정신력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어느 운동에서나 중요시되는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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