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백승. 야구에도 이 말은 정확하게 적용된다. 상대의 약점을 알고서 경기에 들어가면 훨씬 유리한 것이 야구다. 처음 보는 선수라도 정보수집이 착실하게 돼 있으면 전혀 어려움 없이 상대할 수 있는 종목이 야구다.
야구에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가공,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전력분석이라고 한다. 최근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전력분석은 국제대회에서 기본이다. KBO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지난해 중순부터 전력분석팀을 가동, 기존의 자료에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벌였다.
현재 대만은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전력분석 팀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에서 1라운드 예선을 치를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 호주 대표팀 전력분석 요원들은 물론이고 전지훈련을 위해 대만을 찾은 쿠바 대표팀을 보기 위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대만은 현재 첩보전이 한창이다.

과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첩보전이 실전에도 도움이 될까. 김인식(66) 기술위원장은 "한국이나 일본, 대만은 서로에 대해 이미 90% 정도는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전력분석 한다고 말이 많은데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거기에 신경쓰지 말고 우리 할 것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인터넷에서 쉽게 자료를 찾아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윤석민의 영상이 필요하면 예전에는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녹화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작은 버릇이나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직접 봐야 잡을 수 있지만 이제는 컴퓨터로 얼마든지 전력분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직접 전력분석을 하는 건 필수적이고 유용하다. 영상 만으로 채우지 못한 나머지 10%를 채워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19일 NC와의 첫 연습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했는데 대만 측에서 몰래 정탐을 왔다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이 일로 CPBL 왕후이민 사무총장이 KBO 양해영 사무총장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또한 쿠바의 잇따른 연습경기 취소도 전력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쿠바 리그의 영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전력분석을 하는 수밖에 없다. 쿠바는 20일 호주와의 평가전과 21일 NC와의 평가전을 모두 취소 시켰는데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었다. NC와의 경기는 시작 1시간 전 사전에 약속됐던 사용구 문제를 들고나와 취소시키기도 했다.
쿠바가 결례를 하면서까지 연습경기를 취소시킨 것은 전력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잡힌 연습경기는 대만야구연맹(CTBA)에서 WBC 대회 조직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배정한 것으로 대전료가 지급되지 않는 경기다. 대전료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쿠바의 행동은 전력 숨기기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좀처럼 보기 힘든 쿠바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21일 도류구장에는 각국의 전력분석원이 모였다. 같은 A조에 편성된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B조의 한국, 대만, 네덜란드, 호주 전력분석팀도 함께 자리를 했다. 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각지에서 몰려 들었지만 결국 헛걸음을 하고 말았다.
이제 대회 개막까지는 정확히 일주일이 남았다. '나머지 10%'를 채우기 위한 출전국들의 눈치작전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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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